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민들의 참여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 9일 저녁 서울 중구 장충동 한국청년연합 사무실에서 20대 모임 ‘체인지 리더’ 회원들이 행사를 열고 있다. 이들은 ‘20대를 위한 지방선거 정책집’을 발표하고 선거참여 캠페인을 벌일 예정이다.(왼쪽) 서울 관악구 주민들은 지난 5일 관악구 봉천동 구민회관에서 ‘관악유권자연대’ 창립식을 열었다. 이들은 후보 발굴 작업 등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청년연합, 관악유권자연대 제공
비싼 등록금·취업해결 등
정책개발 나선 20대부터
‘주민후보’ 준비 지역까지
“제대로된 일꾼뽑자” 활기
정책개발 나선 20대부터
‘주민후보’ 준비 지역까지
“제대로된 일꾼뽑자” 활기
“바빠서 투표 안 했어요. 투표소도 멀고 ….” “정치인들이 선거 때만 쇼를 한다는 생각에 거부감이 들어요.”
지난 6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동 한국청년연합 사무실. 2007년 대통령 선거에서 투표를 하지 않은 20대 4명이 모였다. 이들은 자신이 투표 안 한 이유를 설명했다.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을 받아적는 이들도 또다른 20대다.
설명을 듣는 젊은이들은 ‘지도자를 바꾸자’라는 뜻의 ‘체인지 리더’ 모임 회원들이다. 이 모임은 한국청년연합이 지난달 ‘20대가 선거에 참여해 세상을 바꾸자’라는 취지로 꾸린 20대 모임이다. 이 모임에 참여하는 40여명은 요즘 20대의 피부에 와닿을 지방선거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당사자’들을 인터뷰하고 있다. ‘투표 안 한 20대’에게 이유를 물어 투표 참여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을 만들고, ‘등록금을 직접 벌어서 낸 경험있는 20대’에게 비싼 등록금 문제의 실태와 해결방안을 묻고, ‘3년 이상 고시를 준비하는 대학생’에게 취업이 어려운 현실 대해 들었다. 이들은 인터뷰 결과를 모아 오는 4월 ‘20대 희망 정책집’을 발간하고, 지방선거를 한 달 앞둔 5월에는 투표참여 캠페인도 벌일 예정이다.
이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신미정(22)씨는 “4대강 사업을 비롯해 개발 위주의 정책들이 계속 추진되는 걸 보면서 가만히 있다가는 우리 나라가 이상해질 것만 같았다”며 “이제는 더 이상 침묵해선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모임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선거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고 직접 정책을 만드는 데서 한 발 더 나가, 주민들이 직접 나서 지역 일꾼을 만들어내려 소매를 걷어붙인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5일 저녁, 서울 관악구 봉천동 구민회관에는 150여명의 주민들이 모였다. 이 자리에서는 5분짜리 짧은 동영상이 상영됐다. 관악구의 대표적인 달동네인 난곡동 마을의 가파른 골목길에서 한 주민이 연탄을 짊어지고 힘겹게 올라가는 모습이 나왔다. 이어 감사원에서 지자체 호화청사 신축 공사에 대한 감사에 착수한다는 뉴스가 상영됐다. 감사 대상에는 관악구청도 포함돼 있다.
관악구에서만 18년째 살고 있는 이명애(42)씨는 “우리가 제대로 된 구청장을 뽑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관악구민들은 이번 지방선거에 ‘주민후보’를 낼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이날 ‘관악유권자연대’라는 모임도 만들었다. 이 모임은 주민후보 기준, 선출방식, 절차 등을 논의해 다음달 말에는 ‘주민후보 선출대회’를 열 생각이다.
서울 마포구 성미산마을도 주민후보 만들기에 한창이다. 이 지역은 대안학교, 생활협동조합 등 다양한 자치조직들이 모여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주민들은 오는 20일 ‘마포풀뿌리좋은정치네트워크’ 발기인 대회를 연다. 이 모임을 준비하는 성미산마을 자치조직 ‘사람과마을’의 위성남 운영위원장은 “홍익대 재단이 부설학교 부지를 상업적 용도로 쓰기 위해 성미산을 깎아 학교를 옮기려 하고 있다”며 “지역 주민들이 줄곧 반대 의사를 밝혀왔지만 지역 정치인들이 우리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않아 답답했다”고 밝혔다.
주민후보를 내려는 움직임은 강원 속초, 서울 도봉·노원·동작, 경기 부천·군포·과천, 대구, 경북 구미, 대전, 광주, 전남 여수 등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각 지역에 꾸려진 주민자치단체들의 선거 네트워크로, 지난해 말 출범한 ‘풀뿌리좋은정치네트워크’의 김현 사무국장은 “올해 들어 투표 참여 움직임이 세대, 지역을 막론하고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며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유권자의 의사를 잘 반영해 제대로 된 지도자를 뽑아보자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수진 이경미 기자 ji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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