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의원 ‘교장들 고액 후원금 납부’ 의혹 제기에
지난 9일 오후 서울중앙지검 오세인 2차장검사가 출입 기자들에게 비공식 브리핑을 요청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에서 수사 중 불거진 ‘민주노동당 서버 압수수색 논란’ 등과 관련해 설명할 게 있다고 했다. 경찰이 수사중인 사안에 대해, 수사를 지휘하는 검찰이 브리핑을 자처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그가 브리핑에서 설명한 핵심 내용은 “공무원의 정당 가입 등 불법 행위를 수사중인데, 이를 민노당을 겨냥한 수사로 오해하지 말아 달라”는 것이었다. 검찰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야당을 탄압하는 게 아니냐’는 여론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민노당 서버 압수수색 등을 계기로 야4당이 공동대응에 나서는 등 이번 수사가 정치 쟁점으로 커지는 것도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다.
한 검찰 간부는 “수사가 앞으로는 안 가고 ‘게걸음’만 하다 보니 엉뚱한 논란만 낳고 있다”며 답답함을 털어놓았다. 수사를 맡고 있는 서울 영등포서 관계자도 “통상의 수사와 달리 검찰이 강도 높게 지휘를 하고 있다”며 “언론이나 수사 대상의 반응도 모두 우리의 예상 밖에 있어서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 수사를 하는 형편”이라고 말해 이런 분위기를 뒷받침했다.
검찰은 이정희 민노당 의원이 9일 검찰과 한나라당을 겨냥해 제기한 현직 교장들의 고액 후원금 납부, 비례대표 공천 신청 의혹에 대해서도 이례적으로 발빠른 대응을 보였다.
검찰은 이날 밤 기자실을 찾아와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설명했다.
검찰은 “비례대표 신청은 원칙적으로 당원만 가능하지만, 공천이 확정될 즈음에 한꺼번에 당비를 내고 당원이 되는 경우도 있어 공천 신청만으로 불법이라고 단정하기 힘들다”며 “또한 공무원이 당이 아닌 의원 개인에게 낸 후원금도 불법인지 여부가 뚜렷하지 않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등은 제쳐놓고 왜 민노당만 수사하느냐는 의심을 털어내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부분이다.
하지만 10일 불거진 ‘민노당 계좌 수사’ 논란에 이르면 ‘특정 정당 흠집내기 의도가 없다’는 검찰과 경찰의 주장은 합리적 의심을 갖게 한다. ‘민노당을 겨냥한 수사가 아니다’라고 강조한 지 하루 만에 공당의 후원금 계좌 액수까지 언론을 통해 슬며시 공개됐기 때문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그 계좌에 돈을 낸 사람이나 후원금 전반으로 수사를 확대할 생각이 전혀 없다”면서도 “우리 입장에선 민노당이 하드디스크 등을 빼돌리고 해당 피의자들이 묵비권을 행사하는 등 수사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노당의 ‘미신고 후원금 계좌’가 민노당 등의 협조를 끌어내기 위한 압박용임을 부인하지 않은 셈이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b>[관련영상] 오병윤 사무총장 “미신고 계좌는 행정실수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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