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8월 한아무개(47)씨는 백아무개씨와 술을 마시다 시비가 붙어 주변에 있던 쇠파이프로 백씨를 때렸다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화가 난 한씨는 백씨의 차량 등에 쇠파이프를 휘둘렀다. 경찰은 한씨 집 마당에서 쇠파이프를 발견했지만 한씨가 아닌 피해자 백씨에게서 이를 넘겨받았다. 수사기관은 이 쇠파이프의 사진을 찍어 법원에 증거로 제출했고, 한씨도 이를 증거로 사용하는데 동의했다. 1·2심은 한씨에게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한씨의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쇠파이프를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는 효력이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 1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기본적 인권 보장을 위해 압수수색에 관한 적법 절차와 영장주의를 선언한 헌법과 형사소송법의 규범력은 확고히 유지돼야 한다”며 “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된 증거와 이를 기초로 만들어진 사진 등 2차적 증거는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10일 밝혔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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