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단지 배포 관여 드러나자 “민심 이간질” 비판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여론몰이’가 도를 넘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국가정보기관이 수정안 홍보물 배포에 관여했다는 정황이 드러나 관련 단체와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10일 “지난달 11일 정부의 세종시 발전방안(수정안) 발표 뒤, 12만~13만매 정도의 홍보물을 제작했다”며 “최근 국가정보원 직원이 건설청을 방문해 (이를) 달라고 요구해 주었다”고 밝혔다. 해당 홍보물은 ‘세종시가 훨씬 더 좋아집니다’라는 제목으로 돼 있는 에이(A)4 크기의 전단지 낱장이다. 이 전단지에는 ‘(수정안대로 되면) 세종시에 일자리 많은 대기업, 국내 최고 대학 및 과학비즈니스벨트가 들어오고 도시 건설이 앞당겨지며, 현 정부 임기 내에 모든 시설을 착공해 더 이상 바뀌지 않는다’는 내용이 컬러로 인쇄돼 있다. 또 어떤 기관·단체도 가져가 사용할 수 있도록 발행기관이 명시돼 있지 않다. 국정원 충북지부는 2주 전인 지난 1월 말께 행정도시건설청에 이 홍보전단을 달라고 요구해 5000매를 가져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국정원 충북지부는 “전단지를 가져왔으나 배포하지 않고 보관중”이라고 밝혔다. ‘어디에, 언제, 누구에게 배포하려고 가져갔느냐’는 물음에 대해 국정원은 답을 하지 않았다.
앞서 행정도시건설청은 이 전단지를 지난 1월 말께 충남 연기 주민 4만가구에 우편과 용역업체를 통한 가정배달 방식으로 2차례 집중 배포했다.
연기군 금남면의 김아무개(64)씨는 “정체불명 단체들의 세종시 찬성 펼침막이 내걸리고, 어디서 보냈는지 뻔한 황당한 유인물들이 천지”라며 “국민 혈세로 민심을 이간질시키고 국정원을 전단지 회사로 만드는 게 정부냐”고 말했다. 행정도시무산 범충청권비상대책위 이상선 상임대표도 “정부는 여론조작을 위한 꼼수를 중단하고, 더 늦기 전에 대국민 사과와 함께 행정도시 원안건설에 나서라”고 말했다.
연기/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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