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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블로그] 학생들은 왜 벗을까? - 알몸 졸업식

등록 2010-02-11 15:00수정 2010-02-11 20:50

사람들은 왜 벗을까? 

돈 때문에?

영화상 수상식장 여배우의 헐벗은(?) 복장이 늘 화제이다. 걸그룹의 각선미는 30대 아저씨들의 눈길을 빼앗는다. 어린 짐승남의 초콜릿 복근에 누나들은 열광한다. 젊고 아름다운 몸을 자랑하고 싶은 욕심이라면 이해가 가지만, 혹시 소속사의 계약 때문이라면 가끔 안쓰러울 때도 있다.

폭력 때문에?

여학교 주변에는 항상 바바리맨들이 서성인다. 나는 안타깝게도 남자라서 바바리맨의 몸매공개행사에 초대받아 본 적은 없지만, 간접적으로 듣고 본 적은 많다. 타인을 놀라게 해서 즐거움을 얻는 것이 목적인 것 같은데, 자기의 쾌락을 위해 남의 쾌락을 빼앗는 것은 쾌락이 아니라 폭력이다.


시위용?

동물보호운동, 환경보호운동, 반전운동을 위해 알몸으로 시위하는 경우가 있다. 알몸으로 시위를 하면 시위의 목적인 시선 끌기에 가장 효과적일 뿐더러, 알몸 자체가 환경보호·반전의 메시지를 가장 함축적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참 알맞은 방법인 듯하다.

그러면 왜 학생들은 졸업식이 끝나고 옷을 벗을까? (물론 강제로 벗기는 경우가 있기는 하나 이것은 예외적인 일이고 대개는 스스로 원해서 벗고 벗기는 것이 많다.) 돈 때문일까? 폭력 때문일까? 시위를 하기 위해서일까?

학생들이 찢어 벗(기)는 것은 사복이 아니라 교복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사실 그들이 원했던 것은 옷을 벗(기)는 것보다는 교복을 더럽히고 찢는 것일지 모른다. 교복은 고작 비정규직 오늘을 위해 저당 잡혀야 했던 저주 받은 과거를 상징한다. 교칙에 맞춰 늘 정결하게 입어야 했던 교복을 밀가루, 식용유, 계란으로 철저하게 더럽히고, 조각조작 찢어 없애는 행동은 졸업생에겐 일종의 통과의례요 제사의식이요 축제이다.

졸업식에 이별하는 슬픔은 없고, 탈출하는 기쁨만 넘쳐가는 건, 학창시절을 지옥같이 만들어 버린 사회의 책임이다. 학생들이 교복을 찢어 알몸을 들어내는 건 이 사회에 대한 최소한의 저항이다. 그들을 책망하지 마라, 그들이 총칼을 들지 않은 것만도 고맙게 생각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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