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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블로그] 절대 객관적이지 못한 나의 한국관찰기

등록 2010-02-11 15:01

지난주 나는 24시간에 걸쳐 기차타고 배타고 비행기도 타고, 그렇게 멀리서 한국에 왔다. 외국에서 이번 한국방문은 처음부터 유난히 낯설기도하고 기대되었다. 2주라는 짧은 시간이 주어졌기에 그런것 같은데, 짧은만큼 나는 촉각을 세워 조금이라도 한국을 더 느끼려고 노력하고 있다.

뼈속부터 그리웠으면서도, 언제부턴가 한 발은 밖에 걸쳐두어 결코 객관적일 수 없는 객관적인 눈으로 바라보는 나라. 내가 그 안에 완전히 속해 있으면서도 가끔씩은 당혹스러운 이질감을 주는 한국은 나에게 그러한 존재다.

촉각을 세우고 한국을 느끼겠다고는 했지만, 사람이 얼마나 간사한 동물인지 고작 6개월도 못되는 시간동안 스웨덴의 템포에 적응되어 역동적인 한국의 템포에 허둥되며 벌써 며칠을 흘려보낸 것 같다. 명절이 다가오기에 더욱 분주한 사회분위기도 있겠지만, 참 모두가 열심히 일하고 움직이는 가운데 내가 멍하게 서있는 것 같았다. (실제로 시차때문에 멍~하게 있긴했음)

예를 들어 식당안 음식 주문을 받으시는 아주머니의 바지런한 움직임에 미처 준비하지 못하고 주문할 음식을 결정하고 있지 못할 때도 있고, 가게에서 계산할 때 바쁜 직원 생각못하고 영수증 챙기고 짐챙기고 지갑닫느라 눈치볼 때도 있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버스정류장에서 버스향해 달리기에서 내가 이전과 같지 않게 30 초가량 머뭇머뭇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 템포는 하루만 서울시내에 있으면 금방 배운다. 생존 본능이라고 할까?)

하지만 이런 것들이 가끔 그리웠다면 그리웠다. 바지런하고 영민한 사람들, 살기위해 뿜어내는 열정, 또각또각 잰 구둣발소리가 마치 음악의 북소리처럼 느끼지 못하는 사이 우리에게 정신차리라고, 앞을보고 달리라고 응원가를 불러주는 것 같기 때문이다. 추운 겨울밤 빠른 손놀림으로 붕어빵을 뒤집으시는 아저씨의 모습을 보고 내가 어떻게 비관적인 생각으로 집에 돌아올 수 있겠는가.

이 부분은 내가 실제로 스웨덴에서 자주 불평하던 부분인데, 스웨덴이 안정적이기는하지만 열의를 꺾는 사회분위기속에서 젊은이들이 능력발휘를 80%도 안한다고 느꼈었다. '교육'에 문제가 있다는 통체적인 표현으로 그 문제점을 진단할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스웨덴 아이들은 한국 젊은이들이 사회로부터 느끼는 '오감의 응원 북소리'를 듣지 못해서 낙담해 있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에도 역시 나를 여전히 슬프게 하는 모습들이 남아 있었다. 시내에서 운전벨트를 매지 않으신 채 시속 80으로 달리시는 택시 기사님, 엘리베이터에서 나보다 한 발짝이라도 먼저 내리려고 미시는 아저씨, 친구가 털어놓은 매일되는 야근, 상사와의 눈치싸움에 대한 이야기 등등. 이는 아마 북소리가 과해져 일어나는 과열현상이 아닐가 싶다.

템포도 좋지만 안전벨트는 딱지를 피하기가 아닌 안전을 위한 것임을, 시속 80으로 달리지 않아도 도착시간에는 총 2분의 차이가 나지 않는 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바지런하게 움직이는 것도 좋지만 뒤에서 사람을 미는 것은 매너가 아님을, 매너를 지키고 미소 한 번 지어주는데 고작해야 2초정도 소요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젊은이들이 북소리에 맞추어 정진하는 것은 좋지만 그런 문화를 너무 이용했을 경우 초반에 넉다운되어 자신의 직업에서 행복을 찾기 힘들어지고 그럴수록 사명감과 일의 능률은 떨어져 장기적인 손해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그렇다. '과유불급'과 '중도'는 모두가 지켜야 하면서도 지키기 가장 힘든 진리가 아닐까 싶다. 한국이 가진 응원의 북소리가 강약을 잘 조절하여 더 많은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키길, 그리고 나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그 응원의 북소리를 잘 즐기고 마음속에 넣어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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