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로폼을 타고 섬에서 탈출을 시도한 선원 두명이 표류 네시간만에 극적으로 구조됐다.
해양수산부 소속 무궁화 13호는 8일 새벽 3시 30분께 충남 보령시 오천면 호도북방 1마일 해상에서 스티로폼 뗏목을 타고 표류중인 최모(31.강원)씨와 소모(31.경기)씨를 구조했다.
최씨 등은 지난 3월 6일 서울의 한 직업소개소에서 추천을 받아 4개월 계약을조건으로 호도의 5.68t급 어선에 선원으로 취직했다.
뱃일이 익숙지 않았던 이들은 계약 기간을 한 달 정도 남긴 시점에서 일을 그만뒀고, 여객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가려면 호도에서 0.7마일 정도 떨어진 녹도로 건너가야 했다.
하지만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해 돈이 없었던 이들은 호도에서 생활하는 동안밀린 담배와 생필품 외상값을 갚지 못했고 가게주인의 방해로 녹도까지 가는 배를탈 수 없었다.
다른 방법이 없었던 최씨 등은 야간에 탈출하기로 결심하고 7일 오후 11시께 가로, 세로 2m 길이의 스티로폼을 몰래 바다에 띄우고 올라탔다.
문제는 조류의 흐름이 이들의 의도와 정반대여서 스티로폼이 눈앞에 보이던 녹도가 아닌 망망대해(茫茫大海)로 흘러버린 것. 이들은 구명조끼도 입지 않고, 소지품이 든 가방만 가진 채 3마일 정도를 표류하다 야간불법조업을 단속 중인 무궁화 13호의 레이더에 포착돼 목숨을 건졌다.
송종필 무궁화 13호 선장은 "레이더에 이상한 물체가 포착돼 자세히 보니 남자두 명이 스티로폼 위에 앉아 있었다"며 "체온이 내려가 온 몸을 떨고 탈수증세를 보였지만 큰 이상은 없었다"고 말했다.
무궁화 13호의 연락을 받은 태안해경은 최씨 등을 인계받아 건강에 이상이 없음을 확인한 뒤 이들을 대천항에 내려줬다.
해경 관계자는 "최씨 등이 선원으로 일하긴 했지만 바다에 대해 전혀 지식이 없었던 것 같다"며 "서해는 조류가 강하기 때문에 해양수산부 선박에 발견되지 않고그대로 떠내려 갔다면 목숨을 구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령/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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