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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지리산댐 안돼요” 소년은 11일을 걸었다

등록 2010-02-12 08:18수정 2010-02-12 09:26

이정훈(오른쪽 둘째)군 등 지리산 자락 주민들이 11일 오전 청와대에 ‘지리산댐 건설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내기 위해 서울 마포대교를 건너는 도중 인간의 욕심이 자연을 훼손하고 있는 것에 대한 미안함을 담아 한강을 향해 절을 올리고 있다. 이들은 지난 1일 전북 남원시 실상사에서 출발해 서울까지 열하루 동안 도보순례를 해왔다. 
김종수 기자 <A href="mailto:jongsoo@hani.co.kr">jongsoo@hani.co.kr</A>
이정훈(오른쪽 둘째)군 등 지리산 자락 주민들이 11일 오전 청와대에 ‘지리산댐 건설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내기 위해 서울 마포대교를 건너는 도중 인간의 욕심이 자연을 훼손하고 있는 것에 대한 미안함을 담아 한강을 향해 절을 올리고 있다. 이들은 지난 1일 전북 남원시 실상사에서 출발해 서울까지 열하루 동안 도보순례를 해왔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4대강 때문에 상수원 옮기려
10년만에 댐건설 재추진
“사람이 왜 자연 수몰시키나
미안한 마음으로 걸었다”
지리산~청와대까지 마지막 순례날

차가운 눈송이가 얼굴을 때렸다. 칼바람이 뺨을 스쳤다. 털모자를 꾹 눌러쓴 이정훈(14)군은 눈을 제대로 뜨지도 못한 채 서울 마포대교 위를 걷고 있었다. 소년 옆으로 차들이 쌩쌩 달렸다. “걷는 게 무서워요, 서울은.”

11일 오전 11시20분, 소년은 마포대교 위에서 고향 산내면에서 떠온 물을 한강에 흘렸다. “자연아,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자꾸 상처 입혀 미안하다.”

소년을 비롯한 지리산 자락 주민 5명은 지난 1일 ‘지리산댐 건설을 반대한다’라는 탄원서를 청와대에 내기 위해 전북 남원시 산내면 실상사에서 출발했다. 이들은 400여㎞의 길을 걸어 11일째 되는 날 한강에 도착했다. 전북 장수·진안군을 거쳐 대전광역시, 충남 조치원, 천안 등을 지나왔다. 8일째인 지난 8일, 경기 평택에 들어섰다. 이군과 실상사 작은학교 교사인 김태준(42)씨는 하루도 빠짐없이 걸었고, 나머지 세 명은 조치원, 대전에서 돌아갔다가 이날 다시 서울로 와서 함께 걸었다.

“마지막날인데 오늘이 제일 힘들어요. 지리산이 보고 싶어요.” 소년은 남원시 산내면 중황리에 산다. 아침에 눈을 떠 창문을 열면 지리산이 보인다. 지리산이 앞산이다. 이 지리산 자락(경남 함양군 마천면 일대)에 댐이 들어선단다. 지난해 초 천사령 함양군수는 정부에 “4대강 사업과 함께 지리산댐 건설을 추진해 달라”고 건의했고, 정부는 사업 추진을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4대강 사업으로 경남·부산 주민들의 상수원을 옮겨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 지리산댐 계획은 2001년 수자원공사 등이 진행하려다 주민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순례자’들은 계속 사과하는 마음으로 걸었다고 했다. 걸으면서 도로 곳곳에서 너구리, 꿩 등 차에 치여 죽은 동물들을 만났다. “동물들이 다닐 수 있는 길을 고속도로, 국도들이 다 침범했잖아요. 사람이 뭐길래 이렇게 동물을 죽이면서 개발을 하는 건지, 미안하고 안타까웠어요. 그런데 이제 지리산에까지 댐을 만든다니, 사람과 자연 모두 댐에 수몰될 것 같아요.”

서울로 오는 동안 공사중인 곳이 많아 걷기는 쉽지 않았다고 했다. 대전~조치원 구간에서는 길을 헤매다 밤 11시에야 중간 목적지에 도착하기도 했다.


이날 오후 1시30분 일행은 드디어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에 도착했다. 이들을 맞는 간단한 환영행사에서 소년은 “지리산댐의 위기를 알리러 왔습니다”라고 말했다. 일정을 마무리하는 108배를 한 뒤 이들은 청와대로 가 탄원서를 제출했다. 그동안 소년이 들었던, ‘지리산에서 청와대까지 지리산 NO댐’이라고 쓰인 깃발은 걸어온 거리만큼 도시의 때를 타 새까맣게 돼 있었다.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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