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효철 고등과학원장
[가신이의 발자취] ‘수학계 원로’ 명효철 고등과학원장
명효철 원장님, 다시 한 번 불러봅니다. 저희는 오늘 원장님께서 지난 15년 이상 정열을 기울이고 사랑하셨던 고등과학원에 모여 선생님을 떠나보낼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수학자로서 당신의 삶은 참으로 당당하셨습니다. 1950년대 전쟁 직후에 열악한 학문 환경에서 우리나라 수학 1세대를 이끌어 오신 선생님의 삶은 우리나라 수학계의 산 역사이십니다. 당시 한글로 된 교재가 없어 일본어로 된 교재로 공부하셨고, 78년에는 미국에서 박사 논문으로 40년간 수학계의 미해결 과제였던 ‘알버트 가설’을 해결하셔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셨습니다.
카이스트 수학과에서 학생들을 지도하셨고, 무엇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이론기초과학 연구소인 고등과학원의 설립과 운영에 큰 기여를 하셨습니다. 우리나라의 수학이 ‘4등급’에서 ‘2등급’으로 획기적으로 성장한 것도, 그리고 2014년 세계 수학자들의 축제인 국제수학자대회의 한국 유치를 성공적으로 이룰 수 있었던 것도 모두 당신께서 수학계를 위해 이루어 놓으신 업적들입니다.
저희에게 필요한 것이 있거나 걱정이 있으면 늘 갈 수 있었던 곳, 그곳이 원장님이셨습니다. 수학을 하고 있는 후배들의 언덕, 언제나 넉넉한 도움을 얻어갈 수 있는 곳이셨습니다. 여성수리과학회가 힘있게 출발할 수 있었던 것도, 그리고 그렇게 지금까지 유지할 수 있는 것도, 또한 한국의 수학계가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원장님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우리 모두는 선생님께서 수학계를 위해 하신 일들을 기억하고 더욱 빛내도록 하겠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자긍심이 강한 수학인이셨습니다. 선생님께서 이해하고 계셨던 수학, 격렬함과 여유로움, 그리고 자유로움이 고등과학원 곳곳에서 느껴집니다. 바로 선생님의 사랑과 열정이 다른 연구소와는 전혀 다른 오늘의 고등과학원을 만드셨습니다. 또 한 번의 도약을 위해, 세계 최고의 연구소를 만들기 위해, 더 발전시키시고 싶었던 고등과학원, 이제 그것은 저희의 몫이 된 것 같습니다. 저희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우리 모두가 원장님께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을 사랑합니다.
고계원/ 아주대 수학과 교수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