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인관(65·산림환경자원과 3)씨
65살에 고교 졸업 뒤 대학 진학한 류인관씨
형편어려워 중단한 학업 6년전 다시 시작
베트남전 고엽제 후유증 고통속에도 ‘열공’ 충북 청주농업고등학교에는 ‘이장님’으로 불리는 학생이 있다. 17일 졸업하는 류인관(65·사진·산림환경자원과 3)씨다. 8년째 청원군 내수읍 마신리 이장을 맡고 있는 류씨는 2007년 62살 때 어린 동료 학생들과 함께 이 학교에 입학한 뒤 3년을 꼬박 공부하고 졸업장을 받는 것이다. 교장보다 나이가 많은 학교의 최연장자인 류씨는 밖에서 불리는 것처럼 학교에서도 이장님으로 불린다. 학생과 교사 모두 호칭을 고민하다 이장님으로 부르기로 했다. 호칭은 이장님이지만 여느 학생과 다를 게 없다. 아침 일찍 등교해 공부하고, 숙제하고, 시험치는라 스트레스 받고…똑같다. 2004년 환갑을 바라보며 내수중학교에 들어가 어린 동료 학생들과 어울리는 법을 익혔기에 고교 생활은 오히려 무난했다. 학생들 사이에서 ‘다정다감한 이장님’으로 불렸지만, 불같이 화를 내는 ‘호랑이 동기생’ 노릇을 할 때도 잦았다. “나쁜 말을 하거나 수업 태도가 좋지 않은 아이들을 많이 혼내줬어요. 그래도 아이들이 착해서인지 잘 따라줬습니다.” 4남2녀 가운데 장남이었던 류씨는 중학교에 진학할 무렵 아버지가 다리를 다치는 바람에 학업을 접었다. 친구들이 중학생이 된 그때 그는 신문 배달을 하며 가정을 돌보는 가장 노릇을 했다. 나이가 차 군 입대를 했고, 가정 살림에 도움이 되겠다며 베트남전에 참전하기도 했다. 그때 살포된 고엽제 후유증으로 내내 건강이 좋지 않았다.
제대 뒤 고향으로 돌아와서는 내수중학교에 들어갔다. 학생이 아닌 기능직원이었다. 그렇게 26년을 학교에서 지낸 뒤 정년퇴직을 했다. 그 사이 1남3녀를 모두 대학에 보냈지만 가슴에 자리잡고 있던 못배운 한은 사라지지 않았다. 2004년 초 용기를 내 평생 일했던 내수중학교 문을 두드렸고, 학생이 됐다. “일하던 곳에서 공부를 하려니 쑥스러웠지만, 더 늦기 전에 하고 싶은 공부를 하는 기쁨이 더 컸죠.” 류씨는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했다. 손자 뻘되는 학생들과 때론 경쟁하고, 때론 다독이며 6년동안의 정규 과정을 마쳤다. 담임 추은영 교사는 “중간 정도의 성적이지만 공부할 때 열의나 집중도는 어린 학생들의 본보기가 됐다”며 “참 멋지고, 훌륭한 학생이었다”고 자랑했다. 류씨는 올해 또다른 모험을 시작했다. 내친 김에 주성대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하기로 한 것이다. 그동안 학업을 도와준 이웃들에게 보답하는 공부를 할 작정이다. “농사짓고, 이장일 보고, 중·고등학교까지 다녔더니 이젠 대학생이 되고 싶은 욕심 아닌 욕심이 생겼다”는 그는 “이제 나를 위한 공부를 넘어 남과 함께 나누는 공부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청주/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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