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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40만원으로 사는 재영이네 세식구 ‘떡국 한그릇의 설’

등록 2010-02-13 14:06수정 2010-02-17 13:53

지난달 20일 아침, 난방도 되지 않는 경기 동두천 집에서 재영(가명·9)·재원(가명·7)이 형제가 할아버지(57)가 끓여준 라면을 먹고 있다. 굿네이버스 제공
지난달 20일 아침, 난방도 되지 않는 경기 동두천 집에서 재영(가명·9)·재원(가명·7)이 형제가 할아버지(57)가 끓여준 라면을 먹고 있다. 굿네이버스 제공
엄마는 가출, 아빠는 입원
할아버지도 공사일 못나가
아침·주말, 라면으로 ‘허기’
“천원이라도 주고싶은데…”
설날을 사흘 앞둔 지난 11일 오후, 재영(가명·9), 재원(가명·7) 형제의 집은 많이 추웠다.

경기 동두천시의 17평 남짓되는 단독주택에 기름보일러도 있지만, 돈이 없어 올겨울 내내 제대로 켜질 못했다. 방 안 공기뿐 아니라 바닥까지 차가워 발이 시려질 정도인데, 재영이는 “전기장판이 있으니까 괜찮다”고 했다. 형제와 할아버지, 세 식구는 안방의 전기장판 위에서 이불과 서로의 체온을 의지하며 겨울을 나고 있다. 작은방은 문짝도 제대로 붙어 있지 않아 버려지다시피 했다.

재영 형제는 엄마, 아빠 대신 할아버지와 함께 산다. 엄마는 4년 전 집을 나갔고, 뚜렷한 직업이 없던 아빠는 병까지 얻어 입원한 지 5개월째다. 재영이네의 한 달 소득은 기초생활수급비 40만원이 전부다. 공사판에서 일하던 할아버지는 아침에 아이들을 학교와 유치원에 보내고 낮에는 집안일을 하느라 꼼짝도 할 수가 없다. 더구나 아빠 병원비로 매달 18만원씩 내야 하니, 아예 생활이 꾸려지질 않는다. 할아버지가 진 빚도 300만원이 넘는다.

점심, 저녁은 학교나 유치원, 공부방 등에서 먹을 수 있지만 아침이나 주말엔 할아버지가 끓여준 라면으로 때워야 한다. 아이들은 엄마가 있으면 가장 하고 싶은 말이 “밥”이라고 했다. 지난해 여름, 엄마가 어디선가 옷을 보내왔지만 훌쩍 자란 탓에 아이들에겐 너무 작았다.

재영, 재원이한테도 설날은 특별한 날이었다. 엄마가 집을 나간 뒤에도 외갓집을 찾아 세뱃돈도 받곤 했다. 하지만 올해는 아빠가 없어 할아버지가 끓여주신 떡국 한 그릇으로 하루를 보내야 한다.

주위의 도움이 없는 건 아니다. 올겨울엔 지역복지단체 ‘희망지킴이 천사운동본부’에서 부엌에 연탄난로를 놔줘 씻을 물을 데우거나 빨래를 말릴 수 있었다. 유일하게 온기가 있는 전기장판 위에서 이불을 뒤집어쓴 형제는 그림을 그리거나, 서로 깔깔거리며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해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를 갖고 있다. 치과의사가 꿈인 재영이와 ‘로보트 태권브이가 되고 싶다’는 재원이는 게임기를 갖고 싶은 마음을 오락실이나 피시방에서 채운다.

할아버지는 아이들을 보며 무거운 마음과 ‘희망’을 내비쳤다. “맛있는 것도 못 사주고, 신발이나 옷도 제대로 못 해주고. 단돈 천원이라도 용돈을 주고 싶은데…. 그래도 날이 풀리면 형편이 좀 나아지겠지.”

재영, 재원이와 같은 국내 저소득가정 아동들의 통계는 정확히 나와 있지 않다. 구호단체인 굿네이버스는 재영이 형제 같은 저소득가정의 아이들을 후원하고 있다.(문의 02-6717-4000, 후원 1통화 2000원·060-700-0090)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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