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박한 상태 이용해 4억 받아…불법행위 해당”
척수종양에 걸린 딸을 안수기도로 낫게 해주겠다며 부모에게 헌금 명목으로 거액을 받은 종교인이 받은 만큼 되돌려주게 됐다.
서울고법 민사30부(강민구 부장판사)는 김모 씨가 박모 씨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원고승소로 판결했다고 16일 밝혔다.
재판부는 "안수기도가 이뤄지게 된 구체적 경위, 그 과정에서 박씨의 언행 등에 비춰볼 때 박씨의 안수기도와 헌금 수수는 종교행위의 한계를 벗어나 딸이 죽을지도 모르는 절박한 상태에 있던 김씨의 처지를 이용해 헌금이라는 명목으로 고액을 취득한 것"이라며 "불법행위에 해당하므로 손해 배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씨는 2005년 10월 딸이 척수 신경에 종양이 생겼다는 진단과 함께 제거 수술을 받았지만 완치되지 않자 2007년 3월 안수기도로 불치병을 고치는 능력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모 선교센터를 운영하는 박씨를 찾아갔다.
박씨는 질병 부위를 손바닥으로 두드리거나 눈을 손가락으로 세게 누르는 등의 방법으로 김씨 딸에게 안수기도하면서 "헌금을 하지 않으면 병이 재발한다", "안수기도로 딸이 낫고 있다. 감사 헌금을 해야 병이 낫는다", "건물을 팔아서라도 헌금해라. 감사해야 딸이 치유된다"고 김씨에게 고액의 헌금을 요구해 4억여원을 받았다.
김씨는 2009년 2월 검진 결과 딸의 종양 크기에는 변화가 없으나 물혹(낭종)이 크게 자라 척수 압력을 낮추기 위해 낭종 제거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태로 나타나자 박씨에게 속았거나 강요당해 헌금했다며 헌금액만큼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냈다.
박씨는 재판과정에서 안수기도를 받고 딸의 병이 낫자 김씨가 신앙심에 의해 자발적으로 헌금을 한 것일 뿐 속이거나 강요해 받은 것이 아니라고 반박했지만 재판부는 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나확진 기자 rao@yna.co.kr (서울=연합뉴스)
나확진 기자 rao@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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