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단체들 “표현자유 침해” 반발
확인서 안 내면 신청 불가…관련 단체 “법적 대응 검토”
확인서 안 내면 신청 불가…관련 단체 “법적 대응 검토”
문화재청(청장 이건무)이 ‘문화유산 방문교육’ 지원사업을 신청하려는 민간단체에 ‘시위 불참 확인서’를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관련 단체 등은 “자유로운 활동을 제약하려는 확인서 요구에 응할 수 없다”며 주관단체 지정 신청을 포기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15일 문화재청 누리집의 ‘2010년도 문화유산 방문교육 주관단체 모집공고’를 보면, 필수 제출 서류에 ‘확인서’가 들어 있다. 이 확인서에는 “우리 단체는 불법시위를 주최·주도하거나 적극 참여한 사실이 없으며 집회 및 시위 등 불법적인 활동에 국고보조금을 사용할 시에는 국고보조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취소함에 이의 없음을 확인합니다”라고 돼 있다.
또 ‘방문교육’ 주관단체의 자격요건에 ‘불법시위를 주최·주도하거나 적극 참여한 단체, 구성원이 소속 단체 명의로 불법시위에 적극 참여하여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처벌받은 단체를 제외’한다는 단서 조항이 달려 있다.
문화재청의 난데없는 확인서 요구에 관련 단체들은 지원 신청을 접거나 법적 대응을 검토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2007년 이후 3년 동안 문화재청의 지원을 받았던 목포한국청년연합과 2007년 선정 이후 올해 사업 신청을 하려던 서울한국청년연합은 이번에 지원 신청을 포기했다. 이도경 목포한국청년연합 사무처장은 “문화재를 알리는 사업은 정치적 색깔과 아무 관련이 없는데도 ‘불법시위 불참 확인서’를 제출하라는 것은 비영리 민간단체 길들이기일 뿐”이라고 말했다.
원주시민연대는 사업자 선정에서 탈락할 경우 법적 대응까지 검토하고 있다. 오미선 원주시민연대 사무국장은 “‘문화재 알리미’ 사업과 ‘시위 참가’는 서로 무관한 사항으로 행정법이 정하는 부당결부의 원칙을 위배할 뿐 아니라 헌법상 표현의 자유도 침해하는 것”이라며 “문화재청, 나아가서는 기획재정부의 지침이 적법한 것인지 따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 관계자는 “불법시위 참가 단체에 보조금 지급을 제한하라는 기획재정부의 ‘2010년도 기금운용계획 지침’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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