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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태어난 병원서 ‘백의의 천사’된 네 쌍둥이

등록 2010-02-16 14:24수정 2010-02-16 15:17

빈한한 광원(鑛員)집안의 네쌍둥이 황슬(21),설,솔,밀 4자매. 1989년 1월11일 인천시 구월동 가천의대 길병원에서 태어난 이들 네쌍둥이는 16일 이 병원에 첫 출근해 가운을 입고 오리엔테이션을 받았다. 사진은 가천길재단 이길여 회장이 네쌍둥이에게 출생당시 사진 액자를 선물하고 있는 모습. 왼쪽부터 황슬1, 황설2, 이길여 회장, 황솔3, 황밀4. 2010.2.16  (서울=연합뉴스)
빈한한 광원(鑛員)집안의 네쌍둥이 황슬(21),설,솔,밀 4자매. 1989년 1월11일 인천시 구월동 가천의대 길병원에서 태어난 이들 네쌍둥이는 16일 이 병원에 첫 출근해 가운을 입고 오리엔테이션을 받았다. 사진은 가천길재단 이길여 회장이 네쌍둥이에게 출생당시 사진 액자를 선물하고 있는 모습. 왼쪽부터 황슬1, 황설2, 이길여 회장, 황솔3, 황밀4. 2010.2.16 (서울=연합뉴스)
맏이 황슬 “가슴 따뜻한 간호사 될래요”
이길여 길병원 이사장 장학금 주고 취업 약속도 지켜
"응애, 응애, 응애~"

1989년 1월의 늦은 밤,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당시 중앙길병원(현 가천의과학대학교 길병원)에서 힘찬 아기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첫 울음이 그친 뒤에 울음소리는 다시 시작됐고 이어 2차례의 울음이 더 이어진 뒤에야 주위는 고요해졌다.

1977년 매, 란, 국, 죽 자매가 태어난 이후 국내에서 2번째로 일란성 여아 네쌍둥이가 태어난 순간이었다.

황슬(21), 설, 솔, 밀이라고 이름이 지어진 이들은 강원도 삼척의 광산 노동자인 황영천(54), 이봉심(54) 씨 부부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무럭무럭 자랐다.

그로부터 21년이 지난 16일 오전 10시, 인천 길병원 1층 로비에는 연두색 간호복을 입은 4명의 숙녀가 들어섰다.

이 병원에서 태어난 네 쌍둥이가 자신들의 영원한 직장이 될 길병원의 간호사로 첫 출근을 한 것이다.

양인순 간호부장으로부터 기본업무 설명을 듣고 원내를 한바퀴 돌아보는 이들 햇병아리 간호사의 얼굴에는 앞날에 대한 기대와 설렘이 가득했다.


수원과 강릉 등지에 흩어져 살던 네 쌍둥이는 길병원 취업이 결정되면서 지난 11일 병원 인근의 방 3칸 짜리 연립주택을 구해 이사를 했다.

네 명이서 함께 자취하는 것도 처음인 데다 생애 첫 직장을 갖게 된 날이어서 자매들은 한껏 들뜬 모습이었다.

"간호복을 입으니 정말로 간호사가 된 기분이 들고 앞으로 만날 사람들과 할 일이 기대된다"(둘째 황설)

"첫 출근이라 조금 두렵긴 하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하고 잘 적응해서 병원에서 봉사를 가장 잘 하는 간호사가 되겠다"(맏이 황슬)

네 쌍둥이는 어린 시절 아버지의 직장이 있던 강원도 삼척을 거쳐 인천과 경기도 용인을 포함한 수도권에서 생활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중.고등학교 시절 반장을 도맡아 하고 학교성적도 우수할 뿐 아니라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태권도를 배워 4명 모두 각종 태권도대회에서 상을 받을 정도로 우수한 실력을 갖췄다.

어린 시절의 꿈은 다양했지만 4명 모두 '백의의 천사'라는 같은 꿈을 이루기 위해 간호학과 진학을 결심했다.

지난 2007년 '슬'과 '밀'은 수원여대 간호학과에, '설'과 '솔'은 강릉영동대 간호학과에 합격, 4명 모두 간호학과에 입학했고, 최근에는 올해 1월 치러진 제 50회 간호사 국가고시에 모두 합격했다는 소식을 통보받았다.

어머니 이 씨는 "합격자 발표 때까지 네명 중 하나라도 떨어질까 봐 마음을 졸였는데 간호사 국가고시에서 모두 합격해 정말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네 쌍둥이의 첫 출근까지는 이길여 가천의대 길병원 이사장과의 오랜 인연이 숨어 있었다.

1989년 당시 찾아보기 어려운 네 쌍둥이의 출생인 데다 예정일보다 3주 앞서 산모의 진통이 시작되는 등 상황이 나빠지자 어머니 이 씨는 다니던 병원에서 진료를 거부당한 뒤 남편 황 씨와 함께 인천에서 가장 규모가 큰 병원인 길병원을 찾았다.

갑작스런 네 쌍둥이 산모의 출현(?)으로 당시 길의료재단(현 길병원.가천문화재단)의 이 이사장은 순간 당황했지만 즉시 박태동 산부인과 과장에게 제왕절개수술 집도를 지시, 쌍둥이 4명이 모두 건강하게 태어날 수 있도록 했다.

네 쌍둥이의 건강한 출생에 감동한 이 이사장은 수술비와 입원비를 받지 않았고, 퇴원하는 산모에게 "아이들이 대학에 입학하면 장학금을 주겠다"라고 약속했다.

2007년 1월엔 네 쌍둥이들이 대학에 합격하자 입학금과 등록금으로 2300만원을 전달, 18년 전의 약속을 지켰고 "열심히 공부하면 모두 길병원 간호사로 뽑겠다"라고 이 이사장은 자매들과 다시 약속했다.

이길여 이사장은 지난 10일 네 쌍둥이가 간호사 국가고시에 전원 합격하자 3년 전의 약속대로 이들을 모두 길병원 간호사로 채용했다.

네 쌍둥이의 맏이인 황슬 씨는 "이길여 이사장님께서 저희와의 약속을 지켰듯이 우리 자매들도 이사장님께 약속 드렸던 대로 가난하고 아픈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열심히 섬기는 가슴 따뜻한 간호사가 되겠다"라고 다짐했다.

최정인 기자 in@yna.co.kr (인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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