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송남(58)씨
40년간 한라산 지켜온 청원경찰 양송남씨
구조활동·옛 지명 이야기 담은 책 펴내
“사고 대비한 119구조대 상시배치 해야”
구조활동·옛 지명 이야기 담은 책 펴내
“사고 대비한 119구조대 상시배치 해야”
“1981년 겨울 육지에서 온 여성 공무원들과 제주도 내 고교생들이 겨울철 한라산 등산에 나섰다가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지요. 이들을 구조하기 위해 뛰어가 한 여성을 업고 내려오다가 등 뒤에서 숨을 멎은 사건은 지금도 내 머리 속에 남아 있습니다.” 40년간 한라산 국립공원을 지켜온 청원경찰 양송남(58·사진)씨가 시간이 날 때마다 조금씩 기록해 둔 글과 사진을 모은 책을 펴낸다. 이달 말 발간 예정인 <양송남의 40년 지기, 한라산이야기>는 한라산의 역사와 경관, 신화와 전설, 오름 이야기를 비롯해 40여년 동안 한라산 지킴이 활동을 하면서 겪은 각종 조난구조 이야기와잊지 못할 일화 등이 그의 발품과 함께 곳곳에 담겨 있다. 82년 2월 초순 당시 전두환 대통령을 경호하기 위해 제주에 오던 군수송기가 한라산에 추락해 특전사 대원 47명과 공군장병 6명 등 모두 53명이 사망하자 양씨는 군수색대 요원들과 함께 연기 자욱한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하기도 했다. 그가 이번 책에서 가장 노력을 기울인 부분은 한라산의 옛 지명에 관한 기록이다. “관련 자료가 거의 없고 누구도 관심이 없었다”는 그는 “한라산을 무대로 생활하는 테우리(목동)와 표고재배업자, 무속인 등을 만나 하나씩 하나씩 옛 지명을 찾아냈다”고 말했다. 이렇게 해서 그는 한라산의 옛 이름과 지명은 물론 오름 이름 8개를 발굴해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듬해인 71년 2월 한라산 국유림 순시원으로 처음 한라산과 인연을 맺은 양씨는 40년간 기록해둔 근무일지를 담은 ‘내가 겪은 한라산’에서 조난구조사, 산불, 도채·도벌 등 한라산에서 청춘을 보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이야기들을 실었다. 한라산은 그에게 어떤 모습일까. “한라산은 육지의 산과는 아주 다릅니다. 산세가 다르고, 자생하는 식물들도 다르죠. 기상변화 또한 다릅니다. 다른 어떤 산을 가봐도 ‘여자의 산’이라 불리는 한라산만큼 오목조목 아름다운 산은 보지 못했어요.” 연간 100여건에 이르는 조난사고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인력을 확충하거나 119 구조대 등이 상시 배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양씨는 한라산을 삶의 터전으로 살아온 이들이 쓰던 지게와 톱 등 생활용품 200여점을 전시할 작은 공간이 있다면 기꺼이 내놓겠다는 소박한 꿈도 내비쳤다. 제주/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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