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아무개씨는 척수 신경에 종양이 생기는 ‘척수 성상세포교종’ 진단을 받은 딸이 수술과 방사선 치료에도 차도를 보이지 않자 2007년 3월 박아무개씨를 찾았다. 당시 박씨는 남편이 담임목사로 있는 경기도 고양의 한 교회에서 선교센터를 운영했는데, 안수기도로 병을 고친다는 소문이 난 터였다.
김씨의 딸은 이듬해 8월까지 눈 위에 손을 얹고 기도하는 안수기도를 받았다. 5개월쯤 지나자 박씨는 “감사 헌금을 해야 병이 낫는다”며 돈을 요구했다. 김씨는 교회 건축 헌금 등의 명목으로 4억380만원을 건넸다. 박씨를 맹신하게 된 김씨의 딸은 2008년 6월 그의 아들과 결혼했다가 이혼하기도 했다.
그 뒤 김씨는 2008년 10월 헌금한 돈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냈다. 지난해 2월엔 검진 결과 딸의 종양 크기에 변화가 없고 물혹이 크게 자라나 제거 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박씨는 이에 “김씨가 신앙심에 의해 자발적으로 낸 헌금”이라며 맞섰다.
서울고법 민사30부(재판장 강민구)는 “박씨의 행위는 절박한 처지를 이용해 헌금 명목으로 돈을 받아낸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며 1심과 같이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6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치료 능력을 맹신하게 된 김씨는 딸이 낫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박씨의 요구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며 “박씨의 행위는 종교행위의 한계를 벗어났다”고 판단했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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