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지법 “김씨 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부정안해”
전주지법 형사1단독 진현민 판사는 17일 학생들을 데리고 ‘남녘통일 애국열사 추모제’에 참가하고 이적 표현물을 각종 행사에서 전파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기소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 전직 교사 김형근(50)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즉각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김씨가 2005년 전북 순창군 회문산에서 열린 남녘통일 애국열사 추모제 전야제 행사에 참가한 사실은 인정되나, 6·15 남북공동선언에 대한 정당성을 설명하고 구호를 외친 행위는 자유민주주의의 정통성을 해칠 만한 실질적 해악성이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김씨가 쓴 글은 직접적으로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부정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고, 반국가단체인 북한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동조할 목적으로 이적표현물을 제작·배포·소지했다는 증명이 없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지난해 5월 결심공판에서 “김씨가 각종 이적표현물을 취득해 인터넷 카페에 게재하고, 자신이 지도하는 중학생들을 빨치산 추모제에 데려가 비전향 장기수들을 만나게 한 일은 국가보안법 제7조 5항(이적표현물 제작·배포·소지)을 위반한 것”이라며 징역 4년과 자격정지 4년을 구형했다.
김씨는 전북 임실군 관촌중학교에 근무하던 2005년 5월 전북 순창군 회문산에서 열린 ‘남녘통일 애국열사 추모제’ 전야제에 학생·학부모 180여명과 함께 참가했다. 검찰은 이에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2008년 1월 김씨를 구속했다. 김씨는 2008년 6월 보석으로 풀려났다.
전교조 전북지부 통일위원장 등을 지낸 김씨는 자신의 공소장에 적힌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자’라는 표현에 항의하며 2009년 1월 사표를 내고 같은 해 4·29 국회의원 재선거(전주완산갑)에 무소속으로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그 뒤엔 최근까지 수도권에서 일용직 노동자 운동을 해왔다. 김씨는 무죄 판결을 받은 뒤 “상처뿐인 영광이지만, 그동안 저를 믿고 도와준 학생과 학부모들의 고생을 조금이나마 위로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전주/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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