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연대’ 사제와 신도 100여명이 17일 오후 경기 양평군 양수리 두물머리 유기농지에서 열린 미사에서 ‘생명의 강’이 보존되기를 기도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부터 이곳에 천막을 치고 4대강 사업 중단 및 팔당 유기농지 보전을 위한 무기한 천막 철야 기도회를 시작했다. 양평/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4대강에 밀려 양평 두물머리 농장터 대부분 파헤쳐질 위기
단골들 아쉬움 토로
종교계 천막농성 돌입 우수를 이틀 앞둔 17일 오후, 봄 햇살 가득한 두물머리 강나루 농장. 양평군 유기농 인증 제1호 노태환(48)씨가 운영하는 ‘가온들찬빛’ 딸기농장에서 싱싱하고 탐스런 딸기가 빨갛게 익어가고 있었다. 서울에서 30분 남짓 거리의 경기 양평군 두물머리 농장에서 유기농 딸기가 최근 본격 출하돼 딸기를 구경하려는 도시 사람들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 팔당호 주변에는 이 곳 말고도 ‘어린농부’ ‘두물머리농장’ 등 15개 유기 농가에 해마다 수만명이 찾아와 딸기를 구경하고 사간다. 하지만 정부의 4대강 개발 사업으로 두물머리 농장터 대부분이 곧 자전거 도로나 테마공원으로 바뀔 예정이이어서 이런 딸기체험도 올해가 마지막이 될 위기에 처해 있다. 두물머리에서 25년째 유기농사를 짓고 있는 가온들찬빛 ‘농장지기’ 노태환씨는 “해마다 우리 농장에만 전국에서 8천여명이 다녀가고, 한 번 오신 분들은 단골이 되어 몇 번씩 다시 찾아온다”며 “찾아오는 손님마다 내년에 다시 오겠다고 하는데, 이 곳이 없어진다고 하면 걱정하고 아쉬워들 한다”고 말했다. 누구보다 더 심란한 사람은 노씨다. 자연의 섭리에 따라 20년 넘게 유기농사를 지어왔지만, 요 몇 달은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했다. 노씨는 “해마다 이맘 때면 여름에 키울 작물의 모종을 준비하고, 비닐하우스에 들어갈 파·상추를 심느라 정신이 없었다”면서 “올해는 4대강 공사 저지하랴, 외부행사 참석하랴, 일손도 딸리고 마음도 어수선해 농사일에 제대로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17일 가족과 함께 농장을 찾은 김미현(40)씨는 “4대강 개발이 누구를 위한 사업인지 모르겠다”며 “부디 잘 해결돼 내년에도 맛있는 딸기를 따러 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딸기를 구경하고 따가는 딸기체험은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가에서만 5월까지 할 수 있다.
한편 이 지역 천주교와 개신교 소속 종교인들은 사순절이 시작되는 17일, 4대강 사업으로 붕괴 위기에 놓인 팔당 유기농지에 천막과 기도처를 마련하고 집단 기도회에 나섰다.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연대’ 사제와 신도 100여명은 이날부터 양평군 양서면 두물머리 유기농지에 천막농성장을 만들어 철야기도와 미사에 돌입했다. 최재철 수원교구 신부는 “처참하게 죽어가는 4대강의 생명들과 그 강을 따라 살아가는 농민들을 위해 미사를 올린다”며 “4대강 사업을 중단시키고 참생명과 공동체의 사회적 가치가 되살아날 때까지 강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또 기독교장로회 생태공동체운동본부와 경기북노회 목사와 신도 200여명도 남양주시 조안면 송촌리 유기농지에서 ‘생명의 강 살리기 금식 사순절 연속기도회’를 부활절(4월4일)까지 계속한다. 김선구 용진교회 목사는 “정부가 4대강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어 금수강산 전체가 위험에 빠졌다”며 “한번 파헤쳐진 자연은 복구할 수 없으므로 공사가 필요한 부분과 자연 그대로 보존해야 할 부분을 차분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평/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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