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이후 급격감소
지난달 550만명 이하로
지난달 550만명 이하로
“월세 60만원 내기도 빠듯해요.”
서울 종로3가에서 20㎡(6평) 남짓한 미용실을 운영하는 이아무개(60)씨는 설 명절을 앞둔 지난 12일 “요즘처럼 어려운 때는 없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남편과 사별한 뒤 미용 일에 나선 게 벌써 25년째다. 두 달 전 재개발에 밀려 터전을 종로4가에서 이곳으로 옮기면서 단골 손님이 떨어져나가는 바람에 더 어려워졌다고 한다.
고용시장에서 퇴출당한 사람들의 ‘최후 보루’로 여겨지던 자영업이 몰락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급증한 자영업자 수는 재작년 금융위기 뒤 급격히 줄어드는 추세다.
통계청 고용동향을 보면, 1월 자영업자 수는 547만5000명으로 외환위기 이후 11년만에 처음으로 ‘550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해 감소한 자영업자 수는 25만9000명으로, 일용직 감소(15만8000명)보다 많았다. 소비심리 위축으로 영세자영업자와 전통시장이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통상 가족들끼리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의 특성상, 타격은 임금근로자보다 더 클 수밖에 없다.
특히나 종업원 없이 혼자서 가게를 꾸려가는 여성 자영업자들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여성 영세자영업자 수는 지난해 말 130만9000명으로, 2년 전인 2007년 말(147만3000명)보다 16만4000명이나 줄었다. 같은 기간 남성 영세자영업자 수가 301만4000명에서 13만여명 줄어든 데 견줘, 감소 추세가 더 가파르다.
전체 취업자의 30%에 육박하는 자영업자와 무급가족종사자들을 떠받쳐줄 사회적인 울타리는 여전히 부실한 실정이다. 3년 매출 2억원 미만인 영세자영업자가 폐업하면 1년 동안 최대 500만원까지 세금을 면제해주는 수준의 정부 지원책은 대증요법에 지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영세자영업자에게도 실업급여를 지급하는 내용을 담은 고용보험법 개정안은 국회에 묶여있다. 여기에 대형유통업체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골목길 안으로 치고 들어오면서 영세자영업자들의 불만과 불안은 커지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부설 ‘고성과 작업장 혁신센터’ 금재호 소장은 “지금처럼 부서별로 흩어져있는 단기대책으로는 ‘뜨거운 감자’인 자영업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범정부 기구에서 종합대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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