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진단 이명박 정부 2년] 학교현장 실태
일제고사·학교성적 공개로
교과수업 강화·특기 뒷전
일제고사·학교성적 공개로
교과수업 강화·특기 뒷전
충북지역 한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장아무개 교사는 지난해 가을을 떠올리기 싫은 시간으로 기억한다. 10월에 전국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치른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일제고사) 때문이다.
“하루에 6시간 수업을 하면 1시간만 빼고 5시간은 문제집을 풀었어요. 시간표는 ‘국· 수·사·과·영’으로 매일 똑같았죠.”
6학년 전체 학급이 똑같은 문제집으로 똑같은 수업을 하는 것은 더 끔찍한 느낌이었다. 문제집은 도교육청에서 자체 제작해 나눠준 것이었다.
이명박 정부 교육정책의 열쇳말은 ‘자율’과 ‘경쟁’이다. 교육청과 학교에 자율권을 주고 경쟁을 붙여 공교육을 강화하고, 다양한 교육이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권이 출범한 지 2년이 지난 지금, 교육현장은 전국의 지역과 학교를 성적으로 줄세우는 일제고사와 성적 공개 등으로 경쟁은 극심해진 반면, 학교 교육은 급속하게 문제풀이 위주로 획일화하고 있다.
서울 ㄷ중 정아무개 교사는 “일제고사에 대비해 문제집을 풀게 했는데 차마 ‘너희들을 위한 것’이라고 얘기할 수 없었다. 다양한 교과활동으로 채워야 할 수업시간을 일제고사 대비 문제풀이로 허비하고 있는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일제고사 성적이 중요해지다 보니, 방과후학교도 예체능 중심의 특기적성 수업보다 국·영·수 중심의 교과수업 비중이 급격히 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의 방과후학교 운영 현황을 보면, 전국 중학교 방과후학교의 교과 프로그램 수가 2008년 3만8100개에서 지난해에는 8만7793개로 곱절 이상 늘었다. 반면 특기적성 수업은 지난해 2만2494개로 2008년의 1만9833개에 견줘 2661개 느는 데 그쳤다.
‘다양한 교육’을 명분으로 삼은 ‘학교 자율화’ 조처는 획일화 추세에 기름을 붓는 역설적 상황을 낳고 있다. 교과부는 지난해 6월 “학교별 여건에 맞는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일선 학교에 과목별로 수업 시간의 20%를 증감할 수 있는 권한을 줬다. 그러나 현실은 영 딴판이다. 서울 ㄱ초등학교의 올해 교육과정 편성 결과를 보면 6학년의 경우 국어는 9시간, 과학과 실과는 각각 5시간을 줄였지만 수학은 10시간, 영어는 7시간이 늘어났다. 서울 ㄴ초등학교는 5학년 수학 수업시간을 15시간, 영어를 12시간이나 늘렸다.
전국교원노동조합 초등교육과정 분과장을 맡고 있는 신은희 교사(충북 청원 비봉초)는 “대개의 학교가 영어와 수학을 늘리는 방향으로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있다. 모든 학교가 똑같이 영어나 수학을 강조하는 게 정부가 지향하는 특성화나 다양화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진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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