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14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 동성중 3학년 학생들이 전국의 초등 6학년, 중 3학년, 고 1학년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학업성취도 평가 시험을 치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집중진단 이명박 정부 2년] ② 교육|정책평가
고교 다양화·수월성 교육
되레 입시경쟁 격화시켜
특목고 정책도 우왕좌왕
학교자율권, 교장에 쏠려 “서민 고통 가운데 가장 큰 것이 사교육 부담이다. 학교교육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살리는 방식으로 사교육을 줄여야 한다. 경쟁력 있는 고품질 공교육으로 가난의 대물림을 확실히 끊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2007년 10월 ‘사교육비 절반, 5대 실천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이렇게 밝혔다. 여기엔 이명박 정부 2년의 교육정책 방향이 압축돼 있다. 이 대통령이 당시 내놓은 사교육비 줄이기 5대 실천 공약에는 자율형사립고, 기숙형공립고, 마이스터고 등을 만드는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를 비롯해 입학사정관제 도입 등 ‘MB 교육정책’의 대표 상품들이 담겨 있다. 많은 교육학자들은 이 대통령이 사교육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이유를 바로 여기서 찾는다. 목표와 수단이 서로 충돌한다는 것이다. 김재춘 영남대 교수(교육학)는 “다양한 학교, 좋은 학교를 늘리는 것을 통해 사교육비 경감이라는 목표를 달성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며 “사교육비를 지출하는 이유는 좋은 학교에 가기 위한 것보다 어느 학교에서나 상대적인 우위에 서기 위해 경쟁해야 하기 때문인 만큼, 외국어고생들이 사교육을 더 많이 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좋은 학교가 생겨도 사교육비는 결코 줄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교 다양화 등을 통해 ‘고품질’의 교육을 한다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낳는다. 양성관 건국대 교수(교육학)는 “다양한 학교를 여러 개 만드는 게 아니라 하나의 학교 안에서 다양한 교육과정을 만드는 게 다양성과 창의성을 살리는 고품질 교육을 가능하게 하는 방법”이라며 “학교를 다양화하면 그 학교에 들어가기 위한 경쟁만 확대될 뿐”이라고 말했다.
말은 ‘사교육 줄이기’ 행동은 ‘사교육 키우기’
‘학교 자율화’를 통해 교과부 권한을 축소하고, 지역교육청을 교육지원센터로 전환하는 등 교육 관료들의 기득권을 해체하려는 시도도 학교장의 권한 강화로만 이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교육평론집 <학교개조론>을 쓴 이기정 서울 창동고 교사는 “자율권은 교장한테도, 교사한테도, 학생한테도 모두 필요한 것인데 이명박 정부는 교장한테만 몰아줬다. 학교장도 교육청이나 교과부의 관료들과 똑같이 기득권을 누리는 사람들인데 교과부와 교육청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학교장 권한을 키워주는 건 모순”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이 일선 학교에 자율과 책무라는 두 가지 대원칙을 일깨운 점을 높이 사야 한다는 평가도 있다. 백순근 서울대 교수(교육학)는 “최대한 자율권을 주고 그 결과에 대해 엄격히 책임을 묻는 건 교육 정상화의 중요한 전제인데, 지난 2년 동안 제대로 진행돼 왔다고 본다.앞으로 교원평가제를 정착시키고 교육재정을 확충한다면 교육개혁이 옳바른 방향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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