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하면 가족 살해하겠다” 협박도
서울지방경찰청 형사과는 19일 미국 수학능력시험인 SAT(Scholastic Aptitude Test) 학원의 유명강사를 납치하고 재계약을 강요한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로 SAT 전문학원 R사 대표 박모(40)씨와 박씨의 비서 박모(35)씨, 같은 학원 지점 부원장 손모(30)씨 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납치를 도운 정모(32)씨 등 학원 관계자 2명과 이모(37)씨 등 사설 경호원 3명은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작년 12월21일 오후 10시께 서울 강남의 학원에서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 강사 손모(38)씨를 강제로 차에 태워 경기 가평시의 한 개인별장으로 끌고 가 흉기로 위협하고 때리고서 재계약 서류에 서명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손씨가 납치 사실을 신고하지 못하도록 하려고 1월15일 오전 1시30분께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나오는 손씨를 다시 납치해 `물리력을 행사한 사실이 없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강제로 받은 혐의도 있다.
조사 결과 이들은 1차 납치 후 연락을 끊고 출근하지 않는 손씨의 부모를 찾아가 회유하는 한편 그의 신용카드 사용내역을 조회하는 방법으로 은신처인 여의도 호텔을 알아내 재차 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어 강남의 한 술집에서 휴대전화를 빼앗고 '고소하면 가족과 함께 죽이겠다'고 협박해 용산의 한 호텔 커피숍에서 박씨가 평소 알고 지내던 변호사 이모씨의 입회하에 확인서를 강제로 받아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변호사 이씨는 박씨와 사건 수임 등으로 알고 지내던 관계였다. 손씨가 납치된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등 보강 조사를 거쳐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김계연 기자 tele@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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