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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김미경 “뉴욕에서 나는 비로소 해방됐다”

등록 2010-02-20 09:52수정 2010-02-20 15:04

뉴욕 총영사관에 근무하고 있는 <브루클린 오후 2시>의 저자 김미경씨.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뉴욕 총영사관에 근무하고 있는 <브루클린 오후 2시>의 저자 김미경씨.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이사람] ‘뉴욕서 연 제2인생’ 책으로 펴내
마흔다섯에 기자일 접고 미국행
5년 간의 낯선땅 적응분투기 담아





“하루로 친다면 내 인생은 막 오후 2시쯤에 온 게 아닐까 싶다. 하루 중 가장 뜨겁고 화려한 오후 2시. 겉으로는 초라하지만 속으로는 가장 뜨겁고 풍만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느낌이다.”

<브루클린 오후 2시>(마음산책). 5년 전 어느날 45살 나이에 오랜 신문기자 생활을 접고 훌쩍 미국으로 떠났던 김미경(사진)씨가 서울에서 책을 냈다. 뉴욕 총영사관 산하 한국문화원의 리셉셔니스트, “서툰 영어로 건물 입구에 앉아 전화받고 이 질문 저 질문에 답해주는” 힘들었던 안내인 자리를 거쳐 그곳 도서관 사서를 맡았고, 올해 1월부터는 새로 지을 문화원 건립 기획조정역을 맡고 있는 그는 자신의 말대로 정말 자유롭고 풍만해 보였다.

“월급은 많지 않고 집세는 비싸다. 그렇지만 그런대로 살만한 정도는 되는데 신분이 불안정하다. 지금 다니는 직장을 그만두면 당장 불법체류자가 될 판이다.”

미술공부를 위해 먼저 뉴욕으로 떠났던 남편(설치미술가)과는 이젠 단지 친구 사이가 된 싱글맘으로 16살 고교생 딸과 꾸려가는 브루클린 생활이 만만할 리 없다. 하지만 그는 거기서 비로소 해방됐다. “대학 진학 이후 줄곧 나를 억압해왔던 이념을 이제야 털어버릴 수 있었다. 내 속에 있던 것들이 막 솟구쳐 나오는 것 같다.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니까 본래의 나가 살아났다.” 자신의 존엄을 지켜주는 듯 보였던 외형적인 것들은 그곳에선 아무짝에도 쓸모없었다. “오히려 나의 존엄성을 결정적으로 방해할 서투른 영어 억양이 추가돼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천둥벌거숭이로도 존엄할 수 있는 내 속 존엄성의 알갱이가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책은 2007년 선배 언론인 김선주씨의 회갑 기념 헌정용으로 개설한 ‘선주학교’ 사이트에 올려온 글들 가운데서 가려뽑아 손질해서 엮었다. “인생이란 게 뭐 항상 맨땅에서 시작하는 거 아닌가. 전혀 새로운 땅에서 전혀 다른 삶을 한번 살아보자”며 떠났던, 천생 낙천주의자일 수밖에 없는 그의 낯선 땅에서 거듭나기 5년간의 고투와 보람에 대한 너무나도 솔직담대한(?) 기록이자 최근이주자 ‘뉴커머’의 눈으로 엿본 뉴욕 탐방기다.

책을 읽고 나면 그의 이 말이 살갑게 다가온다. “늘 일상에 휘둘리면서도 끊임없이 가장 자기다운 길이 무엇인지를 찾는 사람들에게, 실패와 성공의 잣대보다 스스로 얼마나 자유로워질 수 있는가의 잣대로 인생을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성공한 사람보다 수백만 수천만 배나 많은 실패자들에게, 인생을 심각하면서도 유쾌하게 살고 싶은 모든 사람들에게, 따뜻한 친구를 발견한 느낌으로 이 책이 다가갔으면 좋겠다.”

28일 브루클린으로 돌아갈 ‘구도자 김미경’이 남긴 오도송. “이제 난 세상 어느 낯선 땅에서든 유쾌, 통쾌하게 살 수 있을 것 같다.”

글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사진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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