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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사람] 촛불문화제 후원에 한글운동 지원 끊길줄이야

등록 2010-02-21 18:16

고경희 한글문화연대 상임대표(60)
고경희 한글문화연대 상임대표(60)
10돌 맞는 한글문화연대 고경희 상임대표
“정치적 잣대 들이대는 정부 안타까워”
외래어 사용 당연한 풍토 바로잡을 것




“가만두면 다른 누군가에게 나쁜 영향을 끼치겠구나 싶어 외래어를 한두 마디라도 바로잡아 주면 그만 ‘한글운동가’가 되는 시대입니다. 우리말을 망가뜨리는 풍조가 너무나 만연해 있어요.”

22일 창립 10돌을 맞는 한글문화연대의 고경희 상임대표(60·사진·공동대표 김영명·석금호·정재환)는 인터뷰 내내 미소를 잃지 않으면서도 우리의 어려운 언어 환경과 현실들을 짚었다. 18일 서울 도화동 한글문화연대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고 대표는 ‘우리말 망가뜨리기’라고 하면 과거에는 일부 젊은 세대와 누리꾼을 떠올렸는데, 최근에는 관공서가 앞장서고 있다며 우려했다. “공공언어를 제대로 쓰고 다듬어야 할 공공기관에서 영어·한자 따위를 뒤섞어 쓰는 ‘말장난’이 많이 늘었습니다. 가령 ‘일어서自(자)’ 같은 식이지요.”

한글문화연대는 공공기관의 영어 사용을 끊임없이 지적하고 있지만 개선 기미가 잘 보이지 않는다. 동사무소를 ‘주민센터’로 바꾼 것처럼 공공기관이 외래어 쓰기를 부추기는 실정인 까닭이다.

고 대표는 한글운동 단체 대표로는 보기 드문 여성으로서, 시대에 맞는 ‘신나는 운동’을 강조했다. “가장 즐겁게 기억되는 일은 2007년 벌였던 ‘한글옷이 날개’란 행사입니다. 서울 인사동 쌈지길에서 한글 무늬 새긴 옷들을 시민들에게 나눠주며 모델들과 패션쇼를 펼치기도 했죠. 한글운동도 신명나게 해야 해요.”

이런 ‘젊은’ 접근법은 이 단체의 탄생 배경에서 비롯된다. 2000년 국어학 전공자가 아닌 학교·방송·사업계 등의 뜻있는 이들이 나서 사회 전반을 휩쓰는 ‘영어 광풍’을 걱정하며 쉬운 말 쓰기와 우리말 지키기 시민운동을 시작한 것이다. 이후 열성 회원 300여명의 활동과 후원 기업 등의 도움으로 침체 상태이던 우리말 운동에 활력을 불어넣어 왔다.

올해는 좀 힘든 시기를 맞고 있다. 2008년 촛불문화제 후원을 이유로 ‘한글옷이 날개’ 사업의 정부 지원이 끊어진 까닭이다. 고 대표는 “한글운동 단체와 시민단체 영역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 쉽지 않다”며 “단체로서 의견을 표현하는 것과 한글운동 사업은 별개로 생각했는데, 이를 연관지어 지원을 끊는다는 점이 참 안타깝다”고 했다.

한글문화연대는 앞으로도 과도한 영어·한자 교육, 잘못된 관공서 행정용어, 거리 간판 등 어지러운 언어 환경들을 감시하고 바로잡는 일에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최근 서울시에서 발표한 한강 인공섬 이름도 낯선 외국어로 지었죠. 세종대왕 동상이 있는 광화문 광장에도 온갖 외국어가 넘칩니다. 외국어·외래어 쓰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현실을 꾸준히 바로잡아 나갈 참입니다.”

한글문화연대는 22일 저녁 7시 서강대 동문회관에서 10돌 기념식과 후원의 밤 행사를 연다. 이 자리에서 ‘우리말 사랑꾼’에 선정된 다섯 단체에 포상도 할 예정이다.

글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사진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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