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열린 한국작가회의 정기총회에서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와 고은 시인, 구중서 작가회의 신임 이사장(앞줄 왼쪽부터) 등 참석자들이 안건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작가회의, 잘못된 정책 비판 ‘저항의 글쓰기’ 결의
“집회불참 요구는 작가 모욕”…보조금도 거부키로
“집회불참 요구는 작가 모욕”…보조금도 거부키로
작가들이 뿔났다.
진보적 문인 단체인 한국작가회의(작가회의)가 최근 물의를 빚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문예위)의 ‘확인서’ 제출 요구에 맞서 문예위 보조금을 받지 않고, 현 정부의 민주주의 후퇴 등에 대한 ‘저항의 글쓰기’를 펼치기로 했다. 작가회의는 20일 낮 서울 중부여성발전센터 강당에서 회원 17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23차 정기총회를 열어 이렇게 결의했다.
이날 총회는 2010년 사업계획, 새 집행부 구성 등을 논의하는 자리였으나, 그보다는 최근 확인서 제출 요구에 대한 대응 방안에 초점이 모였다. 지난 집행부 사무총장을 맡아 온 도종환 시인은 문예위로부터 받을 예정이던 기관지 발간, 세계 작가 대화 행사 등의 사업 보조금 3400만원을 최근 한 원로 회원이 익명으로 쾌척했다고 알리면서 사태 대응방안을 토론으로 결정하자고 제안했다.
“작가회의는 정부가 해야 할 공적인 문화예술 활동을 대신 해 주는 것이며 문화예술위는 그에 쓰이는 국민 세금을 전달하는 것인 만큼 ‘지원’ 용어를 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오히려 정부가 국법을 어긴 경우다.”(김형수)
“이 사태를 작가회의만의 문제로 보아서는 안 된다. 광우병대책위에 소속되었던 다른 문화예술단체와 시민단체 등이 지금도 여러 형태로 탄압받고 있다. 사태의 상징적·정치적 의미를 잘 헤아려서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김희식)
결국 최일남 전임 이사장의 발언이 총회의 결의 사항이 되었다. “이번 사태는 이명박 정부의 문화 정책이 얼마나 못돼먹고 황당한가를 보여주는 일이다. 구질구질하게 굴 것 없이 (보조금을) 안 받으면 된다. 정 사정이 어려우면 기관지 1년쯤 쉬고 행사도 취소하거나 축소하면 되지 않나.”
회원들은 그의 발언에 뜨거운 박수로 동의를 표했으며 결국 문서를 통한 문예위의 공식 사과 전에는 보조금을 받지 않기로 결의했다. “이명박 정부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표하기 위해 오늘 나온 얘기들을 종합해서 총회 이름으로 성명서를 채택하자”는 김창규 시인의 제안 역시 박수로 통과시켰다.
이와 함께 ‘저항의 글쓰기 운동’을 벌이자는 제안 역시 통과되어 현장에서만 158명이 서명했다. “이명박 정부의 문화, 환경, 복지 등 모든 분야에서 벌어지는 잘못을 지적하고 비판하는 글을 써서 작가회의 홈페이지와 블로그 등에 올려 대중과 공유한다”는 취지로 시작된 저항의 글쓰기 운동에는 2500여 회원 다수가 동참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날 총회에서는 문학평론가 구중서씨를 신임 이사장으로, 소설가 김남일씨를 사무총장으로 각각 선출했다. 구 신임 이사장은 “한국의 대표적 문인 단체로서 민주주의 후퇴와 비인간화 등에 대해 책임감을 지니고 있다”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뿐더러 작가회의 구성원들에게 모욕을 느끼게 한 확인서 요구 사태에도 의연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한편 이날 총회에서는 문학평론가 구중서씨를 신임 이사장으로, 소설가 김남일씨를 사무총장으로 각각 선출했다. 구 신임 이사장은 “한국의 대표적 문인 단체로서 민주주의 후퇴와 비인간화 등에 대해 책임감을 지니고 있다”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뿐더러 작가회의 구성원들에게 모욕을 느끼게 한 확인서 요구 사태에도 의연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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