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10%배상’ 원심 뒤집어
찜질방의 구내식당이 음식점으로 등록하고 술을 파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음주자의 찜질방 출입을 막으면서도 술을 파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술에 취한 이용객에게 술을 팔았다가 그가 숨졌다면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이아무개(당시 39)씨는 2008년 2월 저녁 7시께부터 친구와 술을 마시다 이튿날 새벽 1시께 찜질방으로 옮겨 구내식당에서 또 소주를 마셨다. 그는 같은 날 아침 7시40분께 찜질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씨의 유족들은 ‘술에 취한 사람의 출입을 막지 않고 술을 팔았다’며 찜질방 업주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1심은 “공중위생관리법에 따라 음주로 정상적인 시설물 이용이 곤란한 사람은 입장을 제한했어야 한다”면서도 “이씨도 술에 취한 상태에서 찜질방에서 술을 더 마신 잘못이 있다”고 봤다. 따라서 업주의 과실 비율을 10% 인정해 3700여만원을 물어주라고 판결했고, 항소심도 29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 2부(주심 김지형 대법관)는 업주에게 책임이 없다는 취지로 판단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1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찜질방에는 목욕실·휴게실·수면실·찜질실·영화실 등 다양한 시설이 구비돼 있고, 시설의 전부 혹은 일부만을 이용하려는 다양한 이용객이 출입한다”며 “단순히 술을 마셨다는 이유만으로 출입이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업주는 ‘음주자의 고온 찜질실 출입을 제한한다’는 주의문을 게시한 반면, 이씨가 찜질방 입장 당시 만취 상태였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는 없다”고 설명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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