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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중국서 푼돈에 팔려 매매혼 몽골선 길헤매다 아이 사산”

등록 2010-02-22 20:11

“중국서 푼돈에 팔려 매매혼 몽골선 길헤매다 아이 사산”
“중국서 푼돈에 팔려 매매혼 몽골선 길헤매다 아이 사산”
‘하나원’ 탈북 여성들 인권침해 증언




“중국에서 몽골로 도망칠 때 임신 6개월이었어요. 브로커는 몽골 접경까지만 데려다 줬고, 길을 찾아 밤낮으로 24시간을 꼬박 걸었어요. 소변을 보는데 아이가 나왔어요. 아이를 수건으로 둘둘 말아 붙들고 울면서 걸었어요. 그날 밤 1시 반에 보니 아이가 땅땅하게 얼어 있었어요. 지금도 매일 1시 반이면 낮이고, 밤이고 너무 무서워요.”

브로커에 속아 몸 버리고 심리적 상처
국정원에서도 차별 당하며 조사받아
‘북→중→3국→남’ 단계별로 고통 누적

김재옥(44·가명)씨는 1998년 32살의 나이에 두만강을 건넜다. 중국에서는 8000원에 팔려가는 매매혼을 경험했고, 남한에 들어오려 넘어간 몽골에서는 길을 헤매다 아이를 사산했다. 하반신이 동상에 걸린 채 2006년 남한에 입국한 뒤엔 기초생활 수급자로 살고 있다.

북한이탈주민 여성들이 ‘북한→중국→제3국→남한’으로 이어지는 탈북 과정에서 단계별로 겪는 인권침해와 그로 인한 정신적·심리적 고통(트라우마)이 누적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2002년부터 새터민 가운데 여성 비율이 절반을 넘었고, 2008년엔 전체의 78%가 여성이었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현병철)는 22일 동국대 북한일상생활연구센터(책임연구원 박순성 교수)에 의뢰해 실시한 ‘탈북여성의 탈북 및 정착 과정에서의 인권침해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1998~2008년 남한에 입국한 여성 새터민 26명의 심층 인터뷰와 지난해 8월 현재 하나원에 입소해 있는 여성 268명의 설문조사 결과로, 지난해 4~12월 이뤄졌다.

여성 새터민들은 대부분 김씨처럼 길게는 10여년에 이르는 탈북 과정에서 겹겹이 상처를 입었다. 탈북의 첫 관문인 중국에서는 일할 수 있는 권리를 빼앗겼고, 불법체류자의 처지를 악용한 브로커의 인권침해에 고통을 겪었다. 하나원 여성 교육생 248명 가운데 “중국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70.6%(175명)였으나, 이 가운데 “정상적인 임금을 받고 일했다”는 사람은 76명(43%)으로 절반에도 못 미쳤다.

이들은 한국으로 오기 전에 거치는 제3국에서도 “힘들고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경험”들을 겪었다. 2002년 탈북해 2007년 남한에 들어온 김진순(49·가명)씨는 “제3국 수용소에 있었는데 밤 10시가 넘으면 화장실에 보내주지 않았다”며 “구석 쓰레기통에다 소변을 보고 아침에 몰래 버리다 군인들한테 맞기도 했다”고 말했다.


인권침해는 입국 뒤 국정원의 조사과정에서도 이어졌다. 2006년 입국한 한준희(43·가명)씨는 “한국에 죄를 짓고 온 것도 아닌데 국정원에선 구박을 하고 소리를 지르며 조사했다”고 말했다. ‘소수자’의 지위도 지속됐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이희영 대구대 교수(사회학)는 “사회적 차별 탓에 탈북 여성들은 대부분 자신을 ‘조선족’으로 소개하는 등 정체성을 숨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책임을 맡은 박순성 동국대 교수는 “매번 탈북 여성 600여명이 교육을 받고 있는 하나원에 심리상담사는 계약직원 1명에 불과하다”며 “탈북 여성들이 삶의 전체 과정에서 누적돼온 고통을 치유하고 이들의 사회 적응을 돕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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