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대법원장
이 대법원장, 신임 법관에 강조
이용훈(사진) 대법원장이 22일 “사회의 상식과 동떨어진 법관의 양심은 독단”이라고 말했다. 최근 논란이 된 일부 시국사건 무죄 판결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 대법원장은 그러면서도 “법관은 정치권력이나 일시적 여론에 휩쓸려서도 안 된다”고 밝혀,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의 ‘사법부 흔들기’에 맞서 사법부의 독립을 거듭 강조했다. 이 대법원장은 이날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신임 법관 임명식 기념사에서 “재판은 법관의 양심에 따라 이뤄져야 하지만, 그 양심은 다른 법관과 공유할 수 있는 공정성과 합리성이 담보돼야 한다”며 “다른 법관들이 납득할 수 없는 유별난 법관 개인의 독단을 양심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 사회의 일반적 상식에 비춰 받아들일 수 없는 기준을 법관의 양심이라고 포장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독단적 소신을 미화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내부에서는 이 대법원장의 지적이 보수언론 등이 문제 삼고 나선 판결들 가운데 특정 사건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법리적으로 치밀하지 못한 판결문 구성이 사법부 흔들기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불만’이 깔렸다는 것이다. 이 대법원장은 그러면서도 “법관은 어떤 정치권력이나 세력,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하며, 일시적으로 분출되는 뜨거운 여론에 휩쓸려서도 안 된다”며 “합리성을 잃은 지나친 비판도 있을 수 있다. 재판과 관련해 부당한 것이라면 어떤 영향도 단호히 배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과거 사법권 침해 역사를 거론하며 “최근의 상황에서 법관의 완전한 재판 독립을 지켜내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직접 경험했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지켜내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 대법원장의 언급에 대해 “법관 스스로 법리를 치밀하게 구성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동시에, 정치권과 언론의 부당한 압박으로부터 재판 독립을 지켜야 한다는 말로 받아들여달라”고 말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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