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직원 정아무개씨는 1998년, 이미 두 개의 생명보험에 가입한 부인 김아무개씨 이름으로 두 건의 생명보험 계약을 추가로 맺었다. 회사 직원이 정씨 부인의 이름으로 계약서에 서명했다.
정씨의 부인은 2003년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정씨 등 유족은 보험사에 김씨 이름으로 된 4개 보험의 보험료 4억5000여만원을 청구했다. 보험사가 김씨가 직접 서명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자, 정씨는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정씨가 부인의 동의 없이 맺은 보험계약은 무효라고 판단해, 나머지 두 개의 보험금 3억5000만원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부인 김씨가 보험 상품이 요구하는 건강진단을 받고 5년 동안 김씨 명의의 은행계좌로 보험금을 낸 사실이 인정된다”며 네 개의 보험금 모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 1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24일 ‘상법은 생명보험의 경우 피보험자의 살해 위험 등을 막기 위해 계약자의 서면 동의를 강제규정으로 두고 있으며, 서면 동의는 보험계약 체결 때까지만 유효하다’라는 판례를 들어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정씨의 부인이 생명보험 계약을 사후 추인했더라도 그 효력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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