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저지 팔당 공동대책위원회 회원들이 24일 오전 경기 남양주시 조안면 송촌리 일대에서 이뤄진 한강 제9공구 토지측량에 항의하다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이날 공대위 회원과 농민 등 11명이 삽차의 진입을 가로막다 남양주경찰서로 연행됐다. 남양주/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측량 막아선 농민 등 40명 900명이 20분만에 ‘진압’
“유기농 메카 약속 헌신짝 대통령·경기지사에 분노”
“유기농 메카 약속 헌신짝 대통령·경기지사에 분노”
정부의 4대강 사업으로 유기농지의 90% 이상이 수용돼, 마을의 생산 기반이 송두리째 붕괴될 위기에 놓인 경기 남양주시 조안면 송촌리. 24일 오전 8시40분께 시공사인 대림건설의 삽차가 농지에 진입을 시도하자 농민과 신부, 수녀, 목사, 시민운동가 등 40여명이 이를 막아섰다. 그러자 오전 8시께부터 현장에서 대기하고 있던 경찰은 즉각 경찰 7개 중대 900여명을 투입해 막아선 이들을 끌어내기 시작했다.
농지에 들어오는 삽차를 온몸으로 막던 유영훈 농지보존·친환경농업사수를 위한 팔당공동대책위원회(팔당공대위) 위원장이 가장 먼저 “끝까지 싸우겠다”는 절규를 남기며 경찰에 연행됐다. 이어 거세게 항의하던 이광재 팔당공대위 남양주대책위원장과 김태원씨 등 농민들이 줄줄이 잡혀갔다. 정부의 ‘팔당 유기농지 진입작전’은 경찰의 호위 속에 20여분 만에 끝나 농민 등 11명이 남양주경찰서에 연행됐다. 이들은 저녁 7시께야 풀려났다.
이날 공권력 투입은 정부가 4대강 사업을 위한 2차 측량과 지질조사, 감정평가 등을 하기 위한 것이다. 지난해 10월 경찰병력 900명을 동원해 1차 측량을 실시한 지 4개월 만이다. 농민들이 쫓겨난 송촌리 농지에는, 3월 말까지 비닐하우스를 옮기라는 내용의 ‘하천부지 내 지장물 이설 공고’와 ‘공사 안내판’이 세워졌다.
오전 11시 조안면 진중리 팔당생명살림 앞마당에서는 긴급 기자회견이 열렸다. 송촌리에서 6대째 농사를 짓고 있는 정정수(70)씨는 “팔당댐 건설 이후 친환경 농법으로 정부의 지원을 받아가며 농사를 지어왔는데, 지난해 갑자기 정부가 체육공원을 만든다며 농토를 빼앗고 농민들을 내쫓고 있다”며 “민주당 등 정치권이 나서서 저지해달라”고 호소했다. 정씨의 아들 지형씨도 이날 경찰에 잡혀갔다 풀려났다.
이날 현장을 찾아온 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이 4대강을 망치고 죽이는 사업임을 똑똑히 목격하고 있다”며 “정부가 무도하게 사업을 강행하지 못하도록 종교계, 시민사회와 힘을 모아 막아내겠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 외에 김진표, 김영환, 홍영표, 이종걸 등 민주당 의원들과,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 심상정 진보신당 대표 등이 이날 팔당 유기농지를 찾았다.
103년 전 송촌리에 뿌리내린 용진교회 김선구 목사는 “팔당댐이 들어선 뒤 이 지역 농민들은 각종 규제와 고통 속에서도 생명농업인 유기농을 일구며 살아왔다”며 “이 지역을 유기농의 메카로 만들겠다는 이명박 대통령과 김문수 경기지사의 약속이 손바닥 뒤집듯 바뀐 데 대해 분노와 배신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기독교계는 사순절이 시작된 지난 17일부터 부활주일(4월4일)까지 송촌리 유기농지에 천막을 짓고 ‘4대강 사업 저지와 농지 보존’을 위해 금식기도를 드리고 있다. 남양주시 조안면과 양평군 양서면 등 팔당지역은 수도권 최대 친환경 유기농산물 단지이며, 연 12만명이 찾아와 유기농을 경험하는 도시·농촌 교류의 중심이기도 하다. 정부는 팔당지역의 유기농단지 72㏊를 수용해 제방 겸 자전거도로와 야외공연장, 생태공원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남양주/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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