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퀘벡주기(州旗) google images 에서
월드컵, 올림픽하고는 인연이 먼 우리 부부가 오늘 밤 웬일로 티브이 앞에 나란히 앉았다.피겨스케이팅 쇼트 프로그램을 보려고 말이다. 우리 부부와 인연이 좀 깊은(어디까지나 우리 입장에서 볼 때) 국가 대표 선수들이 유력한 우승 후보들이기 때문이다.
먼저 한국 대표인 김 연아 선수, 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다고 좋다고 하는 건 우선 대 놓고 별로 않 좋아하는 척 혹은 관심 없는 척 하려고 하는 고약한 버릇이 있어서 오늘 처음 김 연아 선수의 연기를 봤다. 그녀의 연기에 대한 내 첫 인상은 '우아하다' 그리고 다음은 '자신감이 넘친다' 마지막으로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였다.
우리 부부는 2005년 일본에서 만났다. 같은 대학 같은 교실에서 1년간 수업을 함께 들었다. 우리 두 사람에게 있어 여러 의미에서 일본어와 일본은 특별했다. (물론 지금도 여전히) 요즘에는 함께 合気道(あいきどう,합기도)도 배우기 시작했다. 그렇기에 일본 대표 선수인 아사다 마오를 응원하는 마음, 역시 없을 수가 없다.
마오 선수는 오늘 연기 초반부에 그녀의 특기로 알려진 트리플 액셀을 깔끔하게 완성해냈다. 다른 모든 종목의 선수들이 그렇듯이 마오 선수 역시 오늘을 위해서 최선의 준비를 해 왔을 터이다.
한국의 각종 일간지에서 김 연아 선수와 아사다 마오 선수를 순수한 스포츠 경기의 각국 대표로서가 아닌 일본 한국 간의 자존심 싸움(그것도 꽤나 째째한 방법으로) 경기의 대표들로 착각하는 듯한 기사를 발견할 때 마다 짜증이 치민다. 올림픽에 대표로 출전할 수 있을 정도의 선수라면 금메달을 따든 못 따든 연습량과 열정과 노력은 그 종목에 있어서 모두들 세계 최고일 것이다. 그 선수가 어느 나라의 국기를 달고 있든간에 경기를 보는 우리는 그가 그의 최선을 다 할 수 있길 응원해 주는 것이 최소한의 예의일 것이다.
남편은 퀘벡인이다. 그는 스스로를 캐네디언이라기보다는 퀘벡쿠와(불어로 퀘벡인)라고 생각한다. 이 곳 퀘벡은 언어적으로 영어권에 둘러싸인 섬과 같은 지역이다. 그렇기에 그들의 불어 보호 정책은 때로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철저하다.Bilingual 도시인 몬트리올에서 조차 공공 운송 기관은 불어로만 안내 방송을 한다. 물론 역무원이나 버스 기사 분들에게 영어로 질문을 하면 영어로 대답해 준다. 이는 마지노선을 지키고자 하는 의식적인 노력으로 보인다. 아무튼 서설이 길었는데, 오늘 쇼트 프로그램에서 3위에 오른 캐나다 대표 선수 Joannie Rochette는 퀘벡 출신이다. 경기 직전에 어머니가 사망하는 일을 겪기도 해 기권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어디까지나 내 생각)도 했지만 밝은 얼굴로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었다. 경기 후 득점을 기다리면서 눈물이 그치지 않는 그녀의 마음이 짚어져서 나도 괜시리 눈시울이 붉어졌다. 캐나다 시간으로 26일 금요일 프리 경기가 남아 있다. 우리 부부는 다시 나란히 티브이 앞에 앉아 태극기와 일장기 그리고 캐나다 국기(퀘벡주기(州旗)도 함께)를 손에 들고 이 세 선수들을 사이좋게 응원할 것 같다. 그래봤자 스포츠 경기다(선수들의 노력과 열정과 진심을 모독할 생각은 없음)촌스럽게 눈에 핏발 세우지 말고 어깨 힘 빼고 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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