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사형제 헌법 위배 아니다” 합헌 결정
“다른나라는 입법통해 폐지” 국회논의 제안
* 1996년 : 7:2, 2010년 : 5:4
“다른나라는 입법통해 폐지” 국회논의 제안
* 1996년 : 7:2, 2010년 : 5:4
헌법재판소가 1996년에 이어 다시 사형제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헌재는 국회가 입법정책적으로 사형제의 존폐를 논의할 필요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헌법재판소는 25일 광주고법이 형의 종류에 사형을 포함시킨 형법 제41조 등에 대해 제청한 위헌법률심판에서 재판관 5(합헌) 대 4(위헌)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사형제는 헌법이 예상하고 있는 형벌의 한 종류”라며 “사형제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규정한 헌법 제10조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고, 헌법 제37조 2항이 규정하는 기본권 제한 대상에 개인의 생명권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또 “범죄 예방을 통한 국민의 생명 보호, 정의 실현 등의 공익이 극악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생명권 보호라는 사익보다 결코 작지 않다”고 판단했다.
반면 위헌 의견을 낸 김희옥 재판관 등 4명은 “생명권은 제한이 곧 생명 전부의 박탈을 의미하므로, 생명권은 헌법상 제한이 불가능한 절대적 기본권”이라며 “‘가석방 없는 종신형’의 도입 등을 통해 사형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헌재는 합헌을 선고하면서도 결정문을 통해 “유럽의 선진 각국을 비롯해 사형제도를 폐지한 대다수의 국가에서 헌법 해석을 통한 헌법재판기관의 위헌 결정이 아닌 헌법 개정이나 입법을 통해 사형제 폐지가 이뤄졌다”며, 국회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앞서 광주고법은 전남 보성 앞바다에서 여행객 4명을 물에 빠뜨려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오아무개씨의 신청을 받아들여 2008년 9월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헌재는 1996년 11월 재판관 7 대 2의 의견으로 사형제에 대해 합헌을 선고한 바 있다.
국내에는 확정 판결을 받은 57명의 사형수가 수감돼 있으며, 1심에서 사형이 선고된 뒤 하급심에 계류중인 사건은 오씨를 포함해 2건이다. 하지만 한국은 12년 동안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국제앰네스티에서 ‘사실상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한 바 있다.
한편 대한변호사협회는 이날 논평을 내어 “사형제 폐지는 단순한 형벌제도의 개선이 아니라 국가의 품격을 상징하는 지표”라며 “우리나라가 ‘사실상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되는 상황에서 헌재가 위헌 결정에까지 이르지 못해 매우 아쉽다”고 논평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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