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공무원도 정책비판 권리”…전주 이어 두번째
법원의 1심 재판에서 유·무죄로 엇갈린 판결이 나오고 있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교사 시국선언’에 대해 이번에는 무죄가 선고됐다.
대전지법 형사5단독 김동현 판사는 25일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찬현(52) 전교조 대전지부장 등 전교조 간부 3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다만, 이 지부장에 대해선 미신고 집회를 연 혐의(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를 인정해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이로써 지금까지 1심 판결이 나온 전교조 시국선언 관련 재판 4건 가운데 2건은 무죄, 2건은 유죄가 선고돼, 앞으로 남은 재판 결과가 주목된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공무원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려면 공익에 반하는 목적이 있고, 직무전념 의무 등을 저버리는 경우에 해당해야 하는데, 지난해 시국선언은 특정 정당이나 개인을 지지 또는 반대하거나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행위가 아니므로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공무원도 국민의 일원이므로 정부 정책을 비판할 권리가 있으며 정부가 국민의 비판을 폭넓게 허용하지 않으면 오류를 스스로 바로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사라져 국민에게 재앙으로 돌아올 것이 분명한 만큼 비판을 보장하는 것은 곧 공익을 증진시키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어 “교사들의 시국선언이 학생들에게 미칠 영향이 크다는 시각은 획일적 교육을 받은 기성세대의 경험에서 나온 낡은 시각이며, 지금의 학생들은 무한한 정보를 획득하고 지속적인 논술교육을 통해 비판적 시각을 키워온 만큼 교사들의 의견이라도 무조건 수용하지 않는다”라며 “정부 정책을 비판한 피고인들을 처벌하는 것은 오히려 학생들에게 ‘힘 있는 자에 대한 비판이 손해를 가져온다’는 시각을 갖게 해 반교육적”이라고 밝혔다.
이날 판결에 대해 전교조 대전지부는 “시국선언을 정치적으로 악용한 검찰의 무리한 기소에 경종을 울린 판결”이라며 “교육당국은 전교조 간부들에 대한 부당한 징계를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지난달 19일 전주지법은 시국선언을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전교조 전북지부 간부들에게 무죄를 선고했으나, 인천지법과 대전지법 홍성지원 각각 지난 4일과 11일 같은 혐의로 기소된 전교조 인천지부와 충남지부 간부들에게 유죄를 선고한 바 있다.
대전/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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