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역사 ‘편견교육’ 틀을 벗자
3·1절 맞아 ‘10개 장면’ 분석
“자국사 중심에서 관계사 중심으로”
“자국사 중심에서 관계사 중심으로”
중국은 고구려·임진왜란 누락
일본은 군위안부 언급 빼먹고
한국은 청일전쟁 아예 안다뤄 한·중·일 역사교과서에 그려진 동아시아의 주요 역사적 사건에 대한 설명이 너무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세 나라 모두 자국과 관련이 없거나 불리하다고 판단되는 사건은 아예 언급하지 않거나 매우 편협하게 서술했다. 세 나라 국민이 역사인식의 공유 폭을 넓히기 위해선 ‘자국사’ 중심의 역사교육을 ‘관계사’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겨레>는 3·1절 91돌을 맞아 동아시아 공동 역사교재 편찬작업을 진행해온 ‘아시아 평화와 역사교육연대’와 함께 △한사군 △임진왜란 △일본의 식민지배 등 한·중·일 3개국에 큰 영향을 끼친 역사적 사건·개념 10가지에 대한 각국 중학교 교과서의 기술을 분석했다. 분석 대상 교과서는, 한국에서는 <국사>(교육과학기술부)와 1·2학년 <사회>(금성교과서), 일본은 <새로운 사회-역사>(도쿄서적), 중국은 <의무교육과정 표준실험교과서>(인민교육출판사) 가운데 7·8학년 <중국역사>와 9학년 <세계역사> 등이었다. 전체적으로 중국 교과서의 한국 관련 서술이 매우 부족했다. 중국 초·중학교 9학년 <세계역사>의 한국 관련 서술은 ‘고대 조선’이라는 이름이 붙은 쪽글 하나인 것으로 나타났다. 7·8학년에서 배우는 <중국역사>에선 수나라 멸망 과정에서 고구려의 역할이 2000년 이후에 사라졌을 뿐 아니라 임진왜란도 다루지 않고 있다. 김지훈(성균관대 연구교수) 아시아 평화와 역사교육연대 중국위원장은 “이는 2001년 중국의 교과서 작성 지침인 ‘역사과정표준’에서 한국 관련 부분이 빠진 데 따른 결과”라며 “사회 과목에서 한국의 경제발전 언급은 늘어난 것으로 보아, 한국을 바라보는 현대 중국인의 관점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중학교에서 50% 안팎의 채택률을 보이는 ‘도쿄서적’ 교과서의 경우, 대표적인 역사왜곡 교과서로 꼽히는 ‘후소사’ 교과서 등과 달리 한·중·일 3국의 역사를 관계사 중심으로 비교적 알기 쉽게 다룬 것으로 나타났다. 임나일본부에 대해선 한국과 차이를 보였지만, ‘강화도조약의 불평등성’, ‘3·1운동의 원인과 일본의 무력진압’, ‘일본 군부에 의한 만주사변의 조작’, ‘조선인·중국인 등에 대한 강제노동 피해’ 등을 짧지만 객관적으로 다루려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난징학살은 피해 규모를 밝히지 않은 채 간략히 기술했고,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자국사 중심의 서술 태도는 한국 교과서도 다르지 않았다. 한국은 19세기 말 동아시아 국제질서 재편에 결정적 영향을 준 청일전쟁이나 난징학살 등을 아예 다루지 않았다. 중학교 2학년이 배우는 세계사도 서양사 중심으로 기술돼 동아시아 각국의 발전을 통사적으로 이해하기 힘들게 짜여 있었다. 또 현재 한-일 간 핵심 쟁점인 ‘일본의 전후보상 문제’를 자세히 다룬 일본과 달리, 한국 교과서에는 언급이 거의 없었다. 김민철 아시아 평화와 역사교육연대 운영위원장은 “동아시아의 평화로운 미래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역사교육”이라며 “자국사 중심의 편협한 서술을 버리고 이웃 나라들과 더 많은 얘기를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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