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에 참여해 종로에서 만세를 부르는 시민들. 사진으로 엮은 <한국독립운동사>(1875~1945)
[3·1절 특집] 한-중-일 역사교과서 분석|근현대사 쟁점
일본침략 자국피해 초점
주변국 역사는 언급 안해
일본침략 자국피해 초점
주변국 역사는 언급 안해
오랜 전쟁과 식민지배의 상처를 반영하듯 근·현대사로 넘어오며 한·중·일 3개국 교과서가 보여주는 인식의 격차는 넓고 깊어진다. 첫 충돌은 전통적 동아시아 질서를 허문 ‘청일전쟁’(1894)에서 시작된다. 일본 ‘도쿄서적’의 <새로운 사회 역사>는 “일본과 구미열강의 아시아 침략이 강화되는 중에 조선에 진출하지 않으면 일본의 전도도 위험해지기 때문에 청에 대항하기 위한 군비의 강화를 도모해갔다”고 전쟁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이에 견줘, 중국 ‘인민교육출판사’는 “일본이 조선을 정복하고 중국을 침략하며 세계를 제패하려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서울을 점령했다”고 전쟁 이유를 설명했다. 양쪽 모두 ‘조선 침략 또는 지배권 유지’라는 속내는 언급하고 있지 않다. 이에 견줘, 한국은 ‘동학농민운동’을 설명하는 항목에서 청일전쟁을 스치듯 언급하고 지나가, 이 전쟁이 갖는 의미와 여파를 거의 이해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일본 침략에 대한 기술을 보면, 한·중은 모두 자국의 피해와 항일운동에 초점을 둘 뿐 주변국들의 피해에는 좀처럼 시선을 돌리지 않고 있다. 중국은 “(일본이) 중국 주민과 무기를 놓은 중국병사를 30만명 이상 학살”했다며 난징학살의 전말을 상세히 기술하고 있지만 조선인이 받은 피해에 대한 언급은 거의 찾을 수 없다. 한국도 위안부 등 자국민의 피해에만 관심을 기울일 뿐 난징학살 등 중국 쪽의 피해는 거의 다루지 않고 있다. 일본이 3·1운동의 배경과 영향을 비교적 자세히 서술하고 있는 것과 달리, 중국은 이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난징에서 일본군은 중국 인민들을 즉결 처형했다. 중국 역사교과서는 일본군의 만행을 보여주는 이와 비슷한 사진을 여러 장 싣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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