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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번엔 한글학교…연세대 ‘노·학 연대’ 진화

등록 2010-02-28 20:49수정 2010-02-28 22:12

지난 2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연세대 노천극장 남자분장실에서 공공노조 연세대 분회 소속 미화노동자들이 일을 마치고 김세현(24·연세대 사회학 4)씨한테서 한글 수업을 듣고 있다.
지난 2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연세대 노천극장 남자분장실에서 공공노조 연세대 분회 소속 미화노동자들이 일을 마치고 김세현(24·연세대 사회학 4)씨한테서 한글 수업을 듣고 있다.
비정규 미화노동자·학생모임 ‘살맛’ 일과후 한글수업
“글자 못배운 한 풀어”…노조설립부터 4년째 인연맺어
“ㅅ은 잘 못쓰는데…. 이렇게 쓰면 되나요?” “사람이 다리 벌리고 있다고 생각하면 되요. 조금만 더 대각선으로….”

태어나 처음 한글을 써보는 성아무개(60)씨는 ‘ㅅ’을 쓰는 게 가장 어렵다. 끙끙대고 있는 성씨에게 김세현(24·연세대 사회학 4)씨가 차분히 설명을 해주지만 쉽지가 않다. “야야, 하루아침에 안 되니까 천천히 해라. 선생님, 이렇게 쓰면 되죠?”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이아무개(66)씨가 벌써 빼곡하게 한 줄을 쓴 ㅅ을 내보인다.

지난 23일 오후 4시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늦깎이 학생 5명이 열심히 한글을 배우고 있었다. 모두 공공노조 연세대 분회 소속 미화노동자들로, 이 대학 학생모임 ‘살맛’의 학생들이 지난 11일 연 한글학교의 ‘재학생’들이다.

이씨는 아예 전용 파일노트도 만들었다. 파일, 연습장 모두 학생들이 버린 걸 청소하면서 주운 것이었다. 한국전쟁이 터져 피란 다니다 보니 공부를 못했고, 자식들 먹여 살리느라 청소일로 평생을 보내다 보니 흔한 복지관 한글교실도 나가지 못했다. 이씨는 “공부하기 싫어 안 한 게 아니라 못한 건데, 그 한을 여기서 푼다”고 말했다.

전쟁과 가정 형편으로 이름 석자만 겨우 쓰는 장아무개(64)씨도 “관광버스 청소부터 시작해 청소란 청소를 다 해봤다”며 “한글을 다 익히면 은행에 가서 쓰라는 대로 다 팍팍 쓰는 걸 제일 먼저 해보고 싶다”고 했다.

학생모임 ‘살맛’은 2007년부터 미화 노동자들과 함께했다. 당시 학생들은 비정규직 노동문제를 함께 고민하고자 모였고, 연세대 미화·보안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2008년 학교를 상대로 고용승계와 체불임금 지급 약속도 받아냈다. 노조를 만들 때도 함께해 올해로 4년째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한글학교 선생님으로 일하고 있는 조윤(22·연세대 세라믹공학 3)씨는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는 비정규 노동자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한글학교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3월부터 학교 컴퓨터실을 빌려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컴퓨터 학교도 열 예정이다.

글·사진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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