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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악몽의 10시간’…코비호 승객 “생지옥이었어요”

등록 2010-03-02 07:09수정 2010-03-02 07:44

"아비규환이 따로 없고 생지옥이었어요"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여객선 코비호가 1일 오후 6시15분께 부산 태종대 동방 8.6마일 해상에서 기관고장을 일으켜 표류하다가 10시간여만인 2일 오전 4시10분께 부산 국제여객터미널에 도착했다.

코비호에 탄 205명의 승객에겐 죽음을 넘나드는'악몽의 10시간'이었다.

승객 이진경(48.여) 씨는 "배 엔진이 멈추고 선장이 엔진실을 왔다갔다하더니 승무원들이 갑자기 구명조끼를 입으라고 했다"며 "4자매가 연휴를 맞아 모처럼 일본으로 여행을 갔는데 '바다 한가운데서 이대로 죽는구나'는 생각이 들더라"고 사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 씨는 "선체가 심하게 흔들려 거의 모든 사람이 멀미를 해 선실 바닥엔 토사물이 나뒹굴었고 곳곳에 쓰러진 사람들이 수두룩했다"며 "화장실도 못가게 해 아수라장이었다"라고 말했다.

사고가 난 코비호엔 연휴동안 일본으로 여행을 다녀온 승객이 많았다.

자녀 2명과 함께 후쿠오카를 다녀온 주부 정수영(42) 씨는 "파도가 객실 창문까지 들이닥치고 배가 심하게 요동쳐 승객들이 공포에 휩싸여 비명을 질렀다"며 "엔진 타는 냄새가 객실에 퍼졌다"라고 말했다.

승객들은 나쁜 기상조건에 무리하게 여객선을 띄운 선사의 잘못을 꼬집기도 했다.


친구와 함께 일본 여행을 다녀온 강효진(28.여) 씨는 "파도가 높고 해일까지 겹친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여객선을 운항한 것은 승객들의 안전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처사"라며 "다시는 배를 타지 않겠다"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날 남해동부 전 해상에는 초속 12∼16m의 강한 바람이 불고 파도도 2∼4m로 높게 일어 오전부터 풍랑주의보가 내려진 상태였다.

10시간여 동안 코비호의 승객들이 죽음의 공포와 사투를 벌이는 상황에서 초조하게 이들을 기다린 가족들도 하나같이 선사와 터미널 측의 무성의와 대책을 질타했다.

터미널로 마중 나가 꼬박 10시간을 기다린 장모(61) 씨는 "선사의 대표전화는 먹통이었고 직접 사무실을 찾아갈 때까지 여객선의 상황을 말해주는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며 "명색이 국제터미널인데 사고 여객선에 대한 안내 정도는 해줘야 되는 것 아니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딸을 기다리느라 뜬눈으로 밤을 지샜다는 이재영(52) 씨는 "돈벌이에 급급해 승객들의 안전엔 눈이 먼 선사의 안전불감증에 치가 떨린다"라는 말을 남기고 서둘러 택시를 타고 터미널을 떠났다.

10시간의 '생지옥'을 겪고 입국장을 빠져나온 승객들의 손엔 여객선사가 지급한 현금 3만원이 든 봉투가 쥐어져 있었다.

김선호 기자 wink@yna.co.kr (부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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