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정(오아시스 대표)씨
‘5대 사막마라톤 완주기’ 책 펴낸 김효정씨
10년전 사막 매력에 푹 빠져
영화사 막내일과 훈련 병행
6년간 모로코사하라 등 도전 문예창작에 이어 영화까지 대학을 두 번 다닌 건 하고픈 것을 꼭 해내고야 마는 성미 탓이다. 마라톤 풀코스를 한 번도 완주하지 않고 5대 사막 마라톤을 완주한 것은 베테랑 마라토너들조차 놀랄 일이다. 사막을 끊임없이 동경하는 그의 선천적 유전자는 부모의 몸을 빌려 자연으로부터 선사받은 최고의 선물이다. 35살의 젊은 영화 제작자 김효정(사진·오아시스 대표)씨가 2003년부터 2008년까지 6년 동안 모로코 사하라, 중국 고비, 이집트 사하라, 칠레 아타카마, 남극 레이스까지 세계 5대 사막마라톤 완주를 해낸 경험담을 최근 <나는 오늘도 사막을 꿈꾼다>(일리)로 펴냈다. 그가 사막을 찾게 된 계기는 두 가지. 2000년 영화 <무사> 제작진으로 참여해 10개월을 중국 중웨이사막에서 보낸 뒤 사막의 매력에 푹 빠졌다. 내면 속 깊이 잠자던 사막에 대한 본능을 다시 일깨운 것은 영화작업이 막바지에 이를 즈음, 한 텔레비전에서 다룬 ‘사하라의 7일, 한 은행원의 일상탈출’ 프로그램이었다. 월급 50만원의 박봉으로 700만원의 참가경비를 마련하기 힘들었지만 28살의 젊음이 있었다. 처음 참가한 모로코 사하라마라톤은 7일 동안 식량과 침구 등을 배낭에 넣고 온전히 제 힘으로 달려야 하는 고난의 레이스였다. 바쁜 영화사의 막내였기에 훈련시간을 따로 낼 수 없어 하루 종일 배낭을 메고 일을 했다. 하체 강화를 위해 앉지도 않았고, 20㎞나 되는 출퇴근길을 자전거로 다녀보기도 했다. 훈련삼아 출전한 하프마라톤 기록은 2시간46분. 성에 차지 않는 기록이지만 꿈을 포기할 순 없었다. 2년의 준비 끝에 찾은 2003년 사하라는 그에게 고향같은 곳이었다. 거의 매일 탈락 위기의 레이스에서 꼴찌에게 박수 쳐주는 따뜻한 사람들을 만났고, 달리지 않고 걷고도 마라톤을 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사막이기에 물의 소중함도, 자연의 아름다움도 함께 느꼈다.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딘가에 샘이 숨어있기 때문이에요.” 어릴 적 감명깊게 읽었던 <어린왕자>의 한 구절이 사하라에서 확인된 것이다. “오아시스는 자연에도, 인간에게도 있잖아요. 사막만큼 제게 행복을 주는 것은 없었습니다.”
영화사가 어려워 ‘정리해고’된 젊은 실업자는 지난 2월 자신이 봉급을 줘야 하는 영화사 ‘오아시스’를 차려 실업자를 면했다. “책을 낸 이유는 내가 돈을 벌기 위해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란 것을 보여주기 위함입니다. 사막이 내게 행복을 준 것처럼, 영화를 통해 세상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해주고 싶어서요.” 글·사진 권오상 기자 k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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