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가 이 땅을 강점한 경술국치가 올해로 꼭 100년이고 나라를 되찾은 지도 65년이 지났지만, 전국의 산과 강, 들녘엔 일제가 남긴 상흔이 치유되지 못한 채 남아 있다.
‘백두대간보전회’ 회원들이 3·1절인 지난 1일 일제가 설치한 산림철도 레일이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는 강원 삼척시 가곡면 풍곡리 응봉산 덕풍계곡 용소골을 돌아보고 있다. 일제는 백두대간 금강송 등 수백년 된 아름드리 고목을 베어 바닷길을 통해 일본으로 가져가려고 1934년 9월 총연장 41㎞(용소골에서 삼척 호산항까지)의 산림철도 공사를 시작해 1939년 12월 완공했다. 천혜의 비경을 간직한 덕풍계곡은 험준하고 골이 깊어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던 곳이었지만, 산림철도가 만들어진 뒤 일제가 연간 8000㎥의 우량목을 벌채하면서 황폐해지고 말았다.
산림철도는 해방 뒤에도 사용되다가 1959년 사라호 태풍 때 모두 부서져 계곡에 묻혔으나, 2002년 태풍 ‘루사’와 2003년 태풍 ‘매미’의 영향으로 계곡이 뒤집히면서 그 잔재가 드러났다. 백두대간보전회는 용소골 100여곳에서 드러난 레일과 쇠막대를 발견하고, ‘일제시대 산림철도 잔재물 제거운동’을 벌이고 있다.
아래 사진은 일제강점기 이 지역에서 한국인 노무자들이 소가 끄는 임목수탈용 궤도수레를 밀고 있는 모습.
삼척/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 백두대간보전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