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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말투 다른 후배, 온라인서 “100만원만”
‘앗! 금융사기’ 직감… 계좌 신고했건만

등록 2010-03-03 14:22수정 2010-03-03 16:44

게임사이트 가상계좌 이용
아이템 챙겨가는 신종수법
경찰 “중국서 소행” 무대책




‘메신저 피싱’ 당해보니

“뭐 해?”

2일 오전 10시께 인터넷 메신저로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정○○’이란 후배 이름이었다. 10여년 전부터 알아왔지만 좀체 반말을 쓰지 않는 후배인데…. 그리고 그 후배의 직장은 4년 전 외부 메신저를 차단했던 곳이다. “잘 지내? 메신저는 회사에서 풀어준 거야?” 두어 마디 인사말을 섞자, 곧바로 상대한테서 “혹시 인터넷 뱅킹 돼?”라는 반응이 왔다.

인터넷 메신저는 ‘인터넷 뱅킹’이란 단어가 쓰여지자, 곧바로 자동 경고 메시지를 띄웠다. ‘지인을 사칭하거나 급박한 상황을 빙자한 금전 피해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되고 있으니….’

후배는 자기 이름 대신 거래처 사람 이름의 통장번호를 알려주며 100만원을 급히 송금해달라고 했다. ‘메신저 피싱’(메신저를 통한 금융사기)이란 생각이 번뜩 들었다. 곧바로 친분이 있는 경찰관한테 신고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사무실 아닌가? 돈이 크네. 통장 잔고가 100만원이 되나 모르겠다.” 피싱 사기범들은 조금이라도 의심을 받는다고 생각하면, 곧바로 욕을 하거나 말없이 메신저에서 빠져나가는 만큼 평상심을 유지하는 게 중요했다. 또 대체로 이들은 먼저 가짜 계좌번호를 알려준 뒤, 당장 신고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어야 진짜로 송금받을 계좌번호를 알려준다. 일부러 ‘1원’을 송금하니, 예상대로 ‘입금 계좌 오류’라는 신호가 나왔다. “번호 확인해 봐. 오류 난다”며 다른 계좌번호를 요구하자, 그제야 제대로 된 번호를 알려줬다. 하지만 ‘피싱 사기범’에게는 짐짓 “또 송금이 안 된다”며 사용 가능한 계좌번호를 추가로 확보했다.


두 계좌에 모두 돈을 보냈다는 증거를 남기려 ‘100원’씩을 이체하고 경찰 사이버수사팀에 신고를 했다. 이 피싱 사기범은 여러 차례 송금 여부를 묻다가, “지금도 안 되냐?”며 폰뱅킹 송금까지 요구하더니 결국 메신저에서 말없이 빠져나갔다.

자칫 큰돈을 속수무책으로 빼앗길 뻔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경찰 쪽은 “이런 상황을 실시간으로 접수해도 메신저 피싱이 중국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손을 쓸 수가 없다”며, 사실상 수사 의지를 접었다.

특히 이날 쓰인 ‘대포 통장’(돈이 입금되는 차명 통장)은 온라인게임의 아이템 거래를 중개하는 사이트의 ‘가상계좌’인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가 이런 가상계좌에 돈을 넣으면, 피싱 사기범은 현금으로 교환이 가능한 아이템을 챙겨가는 신종 금융사기 수법이다.

임경우 서울 강남경찰서 수사과장은 “보통의 ‘대포 통장’은 거래한 매수·매도자가 모두 처벌되지만, 이번처럼 가상계좌를 이용한 경우는 설령 적발하더라도 사기범을 추적하기가 쉽지 않다”며 “피싱 사기범이 돈을 인출하면 사실상 되찾기 어려운 만큼, ‘피싱’을 인지하는 즉시 은행이나 경찰에 신고하면 금융권과 협의를 통해 돈을 돌려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청은 이날 “지난해 8월 810건까지 치솟았던 메신저 피싱이 강력한 단속 등으로 지난 1월 166건까지 줄었고, 보이스 피싱(전화 금융사기) 역시 지난해 3월 1000여건에서 지금은 한 달 300건 안팎으로 감소한 상태”라고 밝혔다. 홍석재 김연기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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