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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직장후배 살리자’…간 60% 떼준 동료애

등록 2010-03-04 07:38

시멘트업체 40대 과장, 투병 사우에 간 이식 자청
가족 설득해 6시간 수술 견뎌…“사람 살려 기쁘다”
작년 10월 중견 시멘트 제조업체인 아세아시멘트의 사내 온라인 게시판에 '사우 여러분의 도움을 기다립니다'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본사 기획팀의 김태진(43) 대리가 간암이 재발해 급히 간 이식을 받아야 하는데 가족이나 친구 중 혈액형과 조직이 일치하는 사례가 없어 회사에서 기증자를 찾는다는 내용이었다.

수혈도 쉽게 안 해주고 헌혈조차 점점 줄어드는 요즘 세태에서 큰 기대 없이 '물에 뜬 지푸라기라도 잡겠다'는 호소에 가까웠다.

그런데 일주일 뒤 거짓말처럼 간을 떼주겠다는 희망자가 나타났다.

김덕수(45) 과장이다. 제천 공장에서 근무하는 김 과장은 김 대리와는 TFT(전담반) 업무로 4개월 정도 본 사이라고 한다.

이처럼 완전 남이었던 김 과장과 김 대리가 지난달 25일 서울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에서 '생명을 주고받는' 인연을 맺었다.

기증자의 간 약 60%를 떼 이식하는 대수술이었지만 회복도 빨라 요즘 둘은 병실에서 매일 웃고 지낸다. 김 과장은 '사람을 살려 기분이 좋아서', 그리고 김 대리는 '고마울 따름이어서' 웃는다고 했다.

회사 1년 선배인 김 과장은 4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데다 늦게 본 쌍둥이 딸의 돌 잔치를 막 치렀다는 김 대리의 사연을 보고 꼭 돕고 싶었는데 마침 혈액형 등 조건이 맞았다"고 했다.


주위의 반대도 있었다. 병원 간호조무사로 일하는 아내가 "뜻은 좋지만 자녀 생각을 하라"며 말렸다는 것이다. 인터넷으로 간 이식에 대해 공부하며 "편견과 달리 몸에 많이 해롭지 않다"고 설득해 승낙을 받았다.

김 과장은 이 과정에서 한 달가량 요양하면 일상생활을 할 수 있고 두 달 뒤면 간이 100% 원상복구된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고 했다.

이식을 받은 김 대리는 "사내 게시판에 글이 올라갔을 때 사실 기대를 하지 않았다"며 "가족도 아닌데 선뜻 기증을 해주겠다고 했을 때는 너무 놀랐다. 평생 갚아야 할 마음의 큰 빚을 졌다"고 말했다.

주치의인 세브란스 병원 김명수 교수(이식외과)는 "간 이식은 6시간의 대수술을 해야 해 가족이 아닌 타인이 기증하는 사례가 드물다. 또 현행법에 따라 장기매매가 아니라는 점도 까다롭게 증명해야 해 이처럼 순수한 동기로 수술까지 받은 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아세아시멘트는 회사 안팎에 훈훈한 감동을 준 김 과장이 퇴원하면 모범사원 표창장과 포상금을 줄 예정이다.

김태균 기자 tae@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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