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 혼자 두고 하루 6~12시간 ‘피시방 살이’
도주 5개월만에 검거…경찰, 구속영장 신청
도주 5개월만에 검거…경찰, 구속영장 신청
엄마는 오지 않았다. 너무도 배가 고파 목이 터져라 울었지만 아빠도 나타나지 않았다. 어느 날은 6시간, 또 어떤 날은 12시간을 꼬박 굶었다. 그러나 비정한 부모는 생후 3개월 된 딸을 외면했다. 굶주림에 지치고 지친 아기는 서서히 말라가다가 결국 목숨을 잃었다.
한 부부가 인터넷 게임에 중독돼 자신들의 갓난아기를 돌보지 않다가 결국 아기를 굶어죽게 만든 사건이 일어났다.
2008년 인터넷 채팅을 통해 만나 결혼한 남편 김아무개(41)씨와 부인 김아무개(25)씨 부부는 지난해 6월2일 경기도 양주에서 딸을 얻었다. 아기는 함께 사는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의 보살핌까지 받으며 예쁘게 자랐다. 그러나 이 아기의 행복은 지난해 9월 초 경기도 수원으로 이사를 하면서 부서졌다. 엄마와 아빠가 모두 인터넷게임에 중독돼 아기를 돌보지 않은 것이다. 이들 부부는 하루에 최소 6시간에서 12시간까지 피시방에서 살았다.
김씨 부부는 아기를 혼자 안방에 놔둔 채 거의 매일 밤 인근의 피시방으로 향했다. 엄마젖도 우유도 충분히 먹지 못한 아기는 밤새 배를 곯았다. 아기들은 보통 하루에 10번 이상 젖을 먹어야 하지만, 이 아기는 하루에 두세번도 젖 구경을 하기 어려웠다. 아이의 몸이 이렇게 돼도 김씨 부부의 피시방 방문은 계속됐고, 아기는 결국 지난해 9월24일 밤 굶주림을 이기지 못하고 숨졌다. 이튿날 아침 피시방에서 돌아온 김씨 부부는 겁에 질려 이를 경찰에 신고했다.
당시 김씨는 “아침에 아기가 일어나지 않아 확인해보니 죽어 있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은 숨진 아기가 ‘미라’처럼 말라 있었던 점을 의심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부검을 의뢰했다. 한달 뒤 나온 부검 결과는 ‘장시간 음식물을 섭취하지 못해 아사(굶어죽음)한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이었다.
경찰은 즉시 김씨 부부의 체포에 나섰지만, 아기가 숨진 지 이틀만에 장례를 치른 이 부부는 이미 잠적한 상태였다. 경찰은 이들을 추적해 5개월만인 지난 2일 붙잡혔다. 처가 등에서 숨어지내다 붙잡힌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죄책감 때문에 지난 5개월 동안 피시방에 가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경기도 수원서부경찰서는 3일 유기치사 혐의로 김씨 부부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사건을 담당한 한상윤 수원서부서 강력팀장은 “숨진 아기의 모습이 마치 굶주림에 시달리는 가난한 나라 아이같았다”고 말했다.
수원/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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