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박지원 의원 패소판결
국회의원과 같은 고위 공직자가 언론을 상대로 소송을 남발하는 행태에 대해 법원이 쓴소리를 내놨다.
서울남부지법 민사9단독 송명호 판사는 4일 박지원 민주당 의원이 한 지역방송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고위 공무원 등이 언론 상대 소송을 남발하면 민주주의가 후퇴할 수 있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박 의원이 ‘뉴스 보도 때문에 도덕성에 흠집이 생겼다’고 주장하지만 공무원의 명예는 공무원이 일한 결과에 따라 국민이 인정해줄 때만 일시적으로 주어지는 것이지 본인이 나서서 보호하고 지켜야 할 가치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국회의원은 일반 국민에게 주어지지 않은 발언권을 부여받았고, 긍정적인 보도가 나올 때는 혜택을 누리다가 부정적인 보도가 나올 때 곧바로 민사재판이나 형사고소를 통해 언론을 압박한다면 결국 어느 매체든 보도를 자제하게 될 것이고 이는 다양한 정보를 전달하는 언론의 통로를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박 의원은 이 방송사가 지난 2008년 10월 “검찰이 사학재단 실소유자로부터 박 의원에게 3천만원을 전달했다는 진술을 받아냈다”고 보도하자, “허위 보도로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방송사와 기자 4명을 상대로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한편, 재판부는 언론 쪽에도 쓴소리를 빼놓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 보도 가운데 일부가 사실과 다름을 알고서도 정정보도를 소홀히 한 점을 짚으며, 권위의식을 버리고 진실보도라는 임무에 충실할 때 ‘책임 없는 제4의 권력’이란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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