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미 모리스(30)
한국인 어머니 둔 나미 모리스, 사물놀이 강사 활약
매주 월요일 저녁 7시30분 영국 케임브리지대 로빈슨칼리지 소강당에서는 북과 장고 소리가 울려 퍼진다. ‘덩덩 쿵닥쿵, 덩덩 쿠쿠쿵닥궁.’ “왼손에 힘을 주고 장고 중앙을 세게 치세요.” 영국인과 터키인, 한국인을 포함한 6명의 수강생이 강사의 지도를 따라 열심히 장구채를 잡은 손을 놀린다. 케임브리지대 졸업생 저스틴(44)은 연신 땀을 훔치며 따라 하지만 장단을 놓치기 일쑤다. 그렇지만 그는 “한국 전통음악이 너무 재미있다”며 다시 장고 배우기에 열중한다. 이들은 모두 ‘케임브리지 덩더쿵 사물놀이패’의 단원이다. 이 사물놀이패의 강사이자 대장인 나미 모리스(30·사진)는 영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동포 2세다. 외국에서 태어났지만 나미씨는 한국 전통음악에 관한 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실력과 지식을 갖추고 있다. 장고와 북 등 전통악기를 못다루는 게 없고, 오북춤 실장고춤부터 진도북춤까지 전통 춤도 다양하게 익힌 재간동이다. 2006년부터 케임브리지대 클레어홀 칼리지에서 발전협력 및 음악 코디네이터를 맡고 있는 그는 한국 전통문화를 영국에 알리는 데 누구보다 열성이다. 그해 첫 사업으로 ‘코리아 페스티벌’을 기획해 1주일간 한국 전통음악과 영화, 음식 등을 소개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케임브리지대 창립 800돌 행사의 하나로 마이클 신(한국학) 교수와 함께 김덕수 사물놀이패의 공연을 기획해 호평을 받았다. `케임브리지 덩더쿵 사물놀이패‘도 이 공연을 계기로 지난해 말 만들어졌다. 그가 한국 전통문화를 알리는 데 열성인 것은 외국인들이 한국에 대해 너무나 모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국 하면 외국인들이 서울 올림픽과 개고기를 주로 떠올려요. 외국인들이 일본의 가부키가 뭔지를 알지만 한국의 전통문화에 대해서는 너무나 모르는 게 안타까워요. 한국이 얼마나 다양한 전통문화를 갖고 있는지 알리고 싶어요.” 그는 한국을 외국인에게 알리는 데는 사물놀이와 같은 역동적인 전통 무대예술로 접근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는 생각도 갖고 있다. 전통문화 알리미 노릇을 자임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그 스스로가 이 일이 너무 재미있기 때문이란다. 독일 베를린에서 태어난 그는 6살 때부터 한국 전통음악을 배웠다. “1980~90년대만 해도 독일에서는 인종차별이 심했어요. 그래서 부모님이 저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한국 전통 무대예술을 배우게 한 것 같아요. 무대에 서서 관객들의 박수 소리를 들으면 자신감이 생길 것을 기대한 것이죠.” 처음에는 한국 출신 간호사로부터 한국 무용을 배웠고, 9살 때부터는 2~3년마다 방학 때를 이용해 한국을 방문해 전통 춤을 익혔다. 사물놀이는 베를린을 자주 방문했던 김덕수씨한테서 직접 배웠다. 그의 한국 전통음악에 대한 관심은 대학 선택에도 영향을 끼쳤다. 그는 런던에 있는 소아스(SOAS)에서 음악과 한국학을 복수 전공하고, 현재는 이 대학에서 사물놀이를 강의하고 있기도 하다. 케임브리지/박현 기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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