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채를 판 돈 수십억원을 빼돌려 국외로 도피한 뒤 타이에서 낚시터 등을 운영해 온 40대가 9년 만에 경찰에 검거됐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5일 한국증권업협회의 국고채 매각대금 28억원가량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의 업무상 횡령)로 이아무개(43)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한국증권업협회 회계팀에서 근무하던 2001년 6월 협회가 관리하는 국고채 28억1600만원어치를 임의로 매각한 뒤 보름 만에 돈을 챙겨 출국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씨는 협회의 채권 등을 관리하는 거래 은행에 국고채를 팔아달라고 부탁한 뒤, 매각기금을 자신이 관리하는 사내 근로복지기금통장으로 다시 입금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타이로 간 뒤 횡령금액의 일부로 유명 관광지인 치앙마이에서 낚시터와 식당 등을 운영하며 8년 6개월간 살았다. 그러나 이씨의 도피 생활은 타이 경찰이 위조여권을 지닌 이씨를 불법체류 혐의로 검거하면서 끝이 났다. 인터폴에 수배돼 있던 이씨는 지난 3일 국내로 송환됐다.
이씨는 조사를 받으며 ‘고졸 출신이라서 장래에 정리해고 대상이 될 것 같아 노후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범죄를 저질렀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고 경찰이 밝혔다. 경찰은 이씨가 “횡령금 28억여원 중 3억원 정도를 사용했고, 나머지는 이혼한 전 부인에게 맡겼다”고 진술함에 따라 국내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전 부인(41)의 행방을 찾고 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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