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사업가 옛 운전기사 일당에 납치 피살

40대 사업가를 납치ㆍ살해한 일당 6명 중 5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4년 전 피해자의 운전기사로 일한 40대 남자와 공범들은 납치 직후 피해자 측으로부터 3억원을 건네받은 다음 검문망을 피할 목적으로 미리 빌려둔 전세버스에서 피해자를 살해하고 아산방조제 평택호에 시신을 유기했다.

◇범행

경기도 안산상록경찰서는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출근하던 사업가 이모(46)씨를 납치ㆍ살해한 혐의(강도살인)로 김씨(42)와 김씨의 형(52) 등 3명을 구속하고 또 다른 김모(38)씨 등 공범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7일 밝혔다. 경찰은 달아난 허모(43)씨를 지명수배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 형제는 지난달 11일 오전 9시께 이씨가 사는 안산시 사동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출근하는 이씨를 그의 에쿠스 승용차로 납치해 3억원을 요구했다.

이후 이씨는 자신의 회사 기획실장으로 있는 조카에게 전화를 걸어 '대박사업이다. 성공하면 큰돈 벌수 있으니 어디로 가서 누구에게 현금 3억원을 전해주라'고 말했다.

김씨의 형은 오후 4시 안산 고잔동 의류매장 앞에서 이씨 조카를 만나 이씨와 전화 통화를 하게 해 납치 협박사실을 눈치 채지 못하게 안심시킨 다음 돈 가방을 넘겨받았다.

돈을 챙긴 김씨 형제는 오후 2시 시흥 물왕저수지로 이씨를 끌고 간 뒤 검문망을 피하려고 미리 빌려둔 45인승 전세버스 타고 기다리던 공범들과 함께 이씨를 버스에 옮겨 태웠다.

이어 오후 10시께 대부도로 이동한 이들은 버스 안에서 이씨를 목 졸라 살해하고 시신의 목과 다리에 각각 8㎏짜리 아령을 매달아 평택 아산방조제 교각에서 평택호에 던져 유기했다.

이들은 살해 닷새 만인 지난달 16일 오후 2시께 서울시 한 공중전화를 이용해 이씨 집에 전화를 걸어 "이씨가 집에 곧 들어간다고 하니 회사 근처 주차장에 둔 차를 세차해 집앞 주차장에 가져다 놓으라고 했다"고 가족을 안심시킨 후 연락을 끊었다.

이씨의 시신은 6일 오후 수색한 경찰에 발견됐다.

빼앗은 돈 3억원은 김씨 형제가 1억원, 나머지 범인들이 2억원을 나눠 채무변제와 생활비 등으로 사용했다는 진술을 받았다고 경찰은 밝혔다.

◇검거 및 범행동기

이씨가 이틀이 지나도록 연락이 없자 이씨의 아내가 지난달 13일 오후 1시 경찰에 미귀가 신고했다.

경찰은 지난달 16일 이씨 아내로부터 3억원을 건넸다는 추가 진술을 듣고 금품을 노린 납치로 보고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사건 당일 휴대전화 위치추적 등으로 확인된 이씨 행적과 4년 전 운전기사로 일했던 김씨의 동선이 일치하는 점에 주목, 추격 끝에 김씨 형제를 사건 발생 15일 만인 지난달 26일 안산과 안양에서 각각 검거했다.

김씨는 2005~2006년 이씨의 운전기사로 1년여간 일했고 이후 변변한 돈벌이 없이 전전하다 도박빚 등으로 생활이 궁핍해져 범행을 주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운전기사에서 해고된 직후 이씨가 아내에 대한 성폭행 및 감금 폭행 혐의로 고소하자 이씨를 무고로 맞고소하기도 했으며 이씨 부부는 이 일로 불화를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김씨는 범행동기에 대해 "이씨가 다른 사람 앞에서 나를 모함하고 해고시켜서 원한이 있었다. 돈은 그다음이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이씨를 납치해 돈을 챙기자며 자신의 형을 끌어들였고 형이 6년 전부터 알고 지낸 김모(36)씨 등 4명에게 제안해 함께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안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