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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사람] “시사잡지는 매력적 얼굴 있어야 성공”

등록 2010-03-07 19:46수정 2010-03-07 22:17

마르틴 되리(55) <슈피겔> 부편집장
마르틴 되리(55) <슈피겔> 부편집장
‘표지 전시회’ 여는 슈피겔 부편집장 마르틴 되리




전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있는 시사주간지로 정평을 얻고 있는 독일 <슈피겔>은 2002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당시 표지이야기 일러스트레이션을 가장 잘 그릴 수 있는 예술가를 물색했다. 적임자로 장 피에르 쿤켈이 정해졌다. 쿤켈은 파월·럼즈펠드·부시를 각각 배트맨·야만인 코난·람보처럼 그렸다. 부시의 전사들을 그린 당시 표지는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뒀다. “이 그림은 여러 신문에도 그대로 실렸고 마침내 포스터 인쇄까지 했습니다. 많은 사는 사람들이 이 포스터를 구입했고, 백악관도 구매자 명단에 들어있었습니다.” 6년 뒤, 슈피겔은 이 모티브를 다시 살린 표지 일러스트레이션을 내보였다. 역시 쿤켈이 부시와 그 심복들을 그렸다. 이번에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수많은 전투에서 패배한 남루한 패잔병 부대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때는 백악관에서 포스터를 사 가지 않았다고 한다.

판매부수 110만의 중도좌파 주간지
제작 땐 전세계 예술가 인맥 가동해

중도좌파 성향의 <슈피겔>이 매주 전 세계적에서 110만부가 팔리며 독보적인 영향력을 구가하는 원천으로 흔히 권력에 대한 집요한 비판과 날카로운 분석, 독특한 문체가 꼽힌다. 그러나 <슈피겔>의 또다른 강점은 전 세계 가판대와 서점에 진열되고 있는 표지 일러스트레이션에 있다. ‘50년간의 국제정치와 현대사의 커버 일러스트레이션’이란 부제를 단 ‘슈피겔의 예술’ 전시회가 5일부터 서울 순화동 한국국제교류재단 문화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이날 전시장에서 <한겨레>와 만난 마르틴 되리(55·[♣사진♣]) <슈피겔> 부편집장은 “시사잡지의 성공 여부는 표지에 달려 있다”며 “표지 일러스트레이션은 잡지가 무엇을 이야기하려는지 단박에 설명하면서도 독자들이 흥미롭다고 여길 수 있는 어떤 특별한 매력을 지녀야 한다”고 말했다.


 “<슈피겔> 표지의 고유한 상징인 빨강색 테두리는 1947년 창간 때 도입돼 지금껏 약간의 변화만 거쳤을 뿐이다. 표지에 선보이는 그림은 ‘상징화된 부가가치’를 만들어낸다.”

 몇십년 동안 이 표지 테두리 안에 유명 정치인이나 재계 인사 혹은 예술가의 흑백 초상화 하나만 등장했다. 그 뒤 컬러사진을 도입되면서 인물사진을 여전히 충실히 싣되 그 뒷배경을 점점 더 첨가했다. 그러다가 70년대부터는 인물화를 배제하고 거의 모든 표지를 그림이나 포토 몽타쥬로 바꿨다.

 “<슈피겔>만의 독창적인 표지 그림은 이 작업을 맡아줄 예술가들을 찾아나서면서부터 시작됩니다. <슈피겔> 안의 일러스트레이션 전담자 5명이 전 세계 예술가 네트워크를 활용해 이들에게 표지 주제를 던져주고 일을 맡깁니다. 이들이 미술계 대가들처럼 유채와 아크릴로 그림을 그립니다.” 이렇게 완성된 후보작들은 항공 수하물이나 택배로 함부르크에 있는 <슈피겔> 본사로 배달된다. 거기서 도안 촬영이 이뤄지고, 편집장을 포함해 여러 명이 심사숙고한 끝에 표지로 장식될 작품이 최종 결정된다.

 창간 이후 지금껏 출간된 표지는 모두 3288점이다. 이번 전시회는 이 가운데 60명의 일러스트레이터가 그린 작품 100여 점을 선보이고 있다. 언뜻 추상 또는 초현실주의 미술전에 온 듯한 느낌을 주는 표지도 여럿 눈에 띈다. “표지 그림에도 언어가 살아있습니다. 그림이 말을 걸고 독자들과 대화하는 것이죠. <슈피겔>의 표지 그림은 점점 더 미학적인 느낌이 강화되면서 새로운 언어, 자체가 되고 있습니다.”

 그는 <슈피겔>에 입사한 지 23년차 되는 기자다. 외할머니는 아유슈비츠에서 희생된 유대인 여의사였다. 그는 지난 몇년간 사진 예술가인 모니카 추흐트와 함께 나치 독일의 유대인 학살을 피해 탈출한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기록해왔다. 이를 묶은 사진전시회(‘집은 어느 곳도 아니고 아무 곳에서나’)가 같은 장소에서 함께 열리고 있다. 주한 독일문화원이 주최하는 이번 전시는 25일까지 이어진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사진 류우종 <한겨레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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