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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야생동물 재활치료 ‘날갯짓’ 시작된다

등록 2010-03-07 20:27수정 2010-03-08 15:02

김영준 수의사(오른쪽 끝·서울대 야생동물유전자원은행)와 양효진 철원 야생동물구조센터 상근 수의사(왼쪽 끝)가 6일 구조센터 치료실에서 날개가 부러진 야생 독수리의 상태를 검진하고 있다.
김영준 수의사(오른쪽 끝·서울대 야생동물유전자원은행)와 양효진 철원 야생동물구조센터 상근 수의사(왼쪽 끝)가 6일 구조센터 치료실에서 날개가 부러진 야생 독수리의 상태를 검진하고 있다.
철원 구조센터 첫 종합검진




날개찢긴 독수리·눈다친 원앙 등 70여마리 치료받아
국내 구조센터 10곳뿐…“전문인력 확보가 가장 시급”

“위웅! 위웅! 위웅!”

김영준 수의사가 상처 입은 독수리의 날개를 힘주어 펼치자 심박수 측정기를 통해 들려오는 독수리의 심장박동 소리가 급하게 요동쳤다. 위엄 있게 창공을 가르던 1m 길이의 왼쪽 날개는 부러져 분홍빛 살과 뼈대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보던 이들은 마치 자신의 상처에 손이 닿은 듯 얼굴을 찡그렸다. 마취된 독수리는 미동도 없이 심장만 방망이질을 했다. 김 수의사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상태를 살폈다.

지난 6일 강원 철원군 동송읍에 있는 철원 야생동물구조센터는 기지개를 펴는 봄기운을 받은 듯 활기가 넘쳤다. 독수리를 비롯해 눈을 다친 원앙, 물에 빠졌다가 군부대에 의해 구조된 너구리 등 센터에 머물고 있는 10여종 70여마리의 동물들이 7일까지 이틀에 걸쳐 검진을 받았다. 경기도 야생동물구조센터, 흑산도 철새연구센터 등에서 온 수의사 5명과 서울·건국대 수의과 학생 7명 등이 자원해 참여했다.

김 수의사는 “잘못된 먹이를 먹고 식중독에 걸려 추락하다 전기줄에 걸려 다친 것으로 추정된다”며 “뼈가 제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철심을 박고 재활 치료를 하면 1년 뒤에는 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구조센터의 도움을 받아 재활에 성공한 독수리 6마리, 쇠기러기 7마리는 자연의 품으로 돌아갔다. 겨울을 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가 밀렵꾼이나 농부 등이 뿌린 해충제 등을 먹고 중독 증상을 일으킨 새들이었다. 센터의 상근활동가인 김수호 한국조류보호협회 철원지회 사무국장은 “섭섭하면서도 기쁘다”며 “인간과 동물이 공존할 수 있는 세상을 고민하고 함께하는 자원활동가들이 있어 희망을 갖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의 야생동물 치료·재활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환경부가 2004년부터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에 1개씩 야생동물 구조·관리센터를 설립하기로 계획한 뒤 현재 경북 안동시 등 10곳에서 센터가 운영중이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전문 인력 확보가 시급한 과제라고 말한다. 환경부가 제정한 운영지침에는 센터마다 수의사 2명을 포함해 8명 이상의 전문 요원을 두도록 하고 있으나 제대로 지켜지는 곳이 없는 실정이다. 배보람 녹색연합 활동가는 “국내 대학에서 야생동물의 치료·재활 전문가를 키울 수 있는 기반도 턱없이 부족한 상태”라고 말했다. 현장 경험 10년의 베테랑인 김 수의사도 “이 분야를 체계적으로 배운 전문가가 국내에 없다”고 단언했다.

이런 까닭에 이날 구조센터에서 이뤄진 참여형 검진은 임상 경험을 할 수 있는 소중한 교육 기회이기도 했다. 다른 곳과 달리 철원군이 2000년 설립해 한국조류보호협회 철원지회에 운영을 맡긴 구조센터는 구조·교육 기능을 갖춘 센터로서는 가장 오래된 곳이다. 그동안 야생동물 치료의 현장 경험이 필요한 수의과 학생들의 ‘실습장’ 구실도 수행하면서 관계를 맺어오다 처음으로 함께 관리중인 동물 모두에 대한 건강검진을 수행한 것이다. 구조센터는 앞으로 이런 전체 검진을 분기별로 진행하고, 맹금류 등의 재활 사업도 벌일 계획이다.

철원/글·사진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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