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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사람] 30년전 광주 아픔, 사진에도 묻어나

등록 2010-03-08 19:02수정 2010-03-10 11:05

독일인 사진작가 마티아스 라이(45)
독일인 사진작가 마티아스 라이(45)
‘5·18 사진집’ 출간하는 독일인 마티아스 라이




“광주는 서구 세계에 잊혀져 있어요. 중국의 천안문 사태나 캄보디아의 민간인 학살은 인권 현장으로 서구 미디어에 자주 등장하지만 5·18민중항쟁은 전혀 주목받지 못하고 있어요.”

7일 오후 6시30분 광주시 서구 광천동 천주교 광천성당 앞 골목길. 독일인 사진작가 마티아스 라이(45·사진)가 30년 전 5·18의 주역이었던 고 윤상원(항쟁지도부 대변인)과 고 김영철(˝ 기획실장)이 살던 3층짜리 광천시민아파트 건물을 향해 렌즈를 맞췄다. 그는 큼직한 가방 안에서 4×5인치 흑백필름을 쓰는 대형 클래식 카메라를 꺼내 삼발이로 단단히 고정했다. 그는 사진 1장에 4분씩 노출을 주며 ‘들불야학’이 있던 광천성당과 광천시민아파트의 풍경 6장을 찍었다. 해질녘 빛이 사위어 가고 골목의 가로등이 켜지기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한인 아내에게 사연듣고 관심
옛 전남도청·피해자 유족 촬영

“사진은 만국 공통의 언어다. 30년 전 현장과 사람을 찾아가 긴박하고 처절했던 상황을 담았다. 오후 4시 이후 광주의 겨울 햇살은 부드럽고 은은해서 우울한 분위기를 완벽하게 연출할 수 있다.”

독일 바이에른 출신인 그는 1987년 일본 오사카의 친구한테서 ‘1980년 광주의 비극’을 들었으나 내용을 제대로 알 수 없어 흘려들었다. 이후 91년부터 오사카에 정착해 사진으로 광고기획과 프리랜서 활동을 하면서 <디 차이트> <슈피겔> <팩트> <월스트리트 저널> 등 신문과 잡지에 기고를 해왔다. 그러다 2년 전 한국인 김정희씨와 결혼하면서 5·18의 진상을 전해듣고 인권과 민주의 현장에 자연스럽게 끌리게 됐다.

“5·18과 관련한 자료 수십권을 읽고 분위기를 섬세하게 전달할 수 있는 포맷 클래식 카메라를 익혔다. 마침 30돌과 겹쳐 <광주를 기억하며>(Remembering Gwangju) 작업은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

그는 지난해 10월10일~11월3일, 올해 2월21일~3월9일 광주를 찾아 옛 전남도청, 보안사 광주분실, 국군광주병원, 광주가톨릭센터 등의 사적지 30여곳을 촬영했다. 당시 피해자의 유족과 부상자 등 40여명을 만나 그날의 고통과 이후의 풍상도 담았다. 고 명노근 전남대 교수의 부인 안성례씨 등 5월 어머니회,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 열사의 부친 윤석동씨, 5·18의 증언자였던 조비오·김성룡 신부, 녹두서점의 김상윤·정현애·김상집씨 일가 등이 기꺼이 카메라 앞에 섰다. 그는 이렇게 찍은 사진 300여장을 일본에 가서 인화한 뒤 5월에 한글과 영문으로 사진집 <광주를 기억하며>를 출판한다. 이어 세계인들한테 5·18을 알릴 수 있는 웹사이트도 열 예정이다.

“인물은 장소보다 찍기 어려웠어요. 처음부터 카메라를 들이밀면 거부감이 생기잖아요. 인물을 정하면 처음엔 그냥 찾아가 친해지려 애썼어요. 이야기를 들으면서 눈물도 많이 흘렸구요. 그다음에 카메라를 들고 가면 긴장하면서도 반가워하세요. 이 때문에 작업은 더뎠지만 아픈 사연들을 더 많이 알게 됐지요.”

광주/글·사진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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