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유학생 심아무개(29)씨가 지난 7일 오후 5시(현지시각)께 괴한의 습격을 받은 모스크바시 남쪽 유고자파드나야 한 상가 건물 앞. 사진은 밤이지만, 사건 당시는 어둑어둑해지는 때였다. 모스크바/연합뉴스
모스크바 국립영화대 학생 1명 흉기에 목 찔려
수술 받았지만 위중…‘스킨헤드’ 범행 가능성
수술 받았지만 위중…‘스킨헤드’ 범행 가능성
외국인 혐오 범죄가 빈발하는 러시아에서 한국인 유학생이 괴한이 휘두른 흉기에 찔리는 사건이 또다시 발생했다.
7일 오후 5시(현지시각)께 모스크바 남부 외국인 거주지역인 유고자파드나야에서 유학생 심아무개(29·모스크바 국립영화대)씨가 마스크를 쓴 괴한 한 명이 휘두른 흉기에 목 부위를 찔리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외교통상부가 8일 밝혔다.
심씨를 수술한 집도의는 “혈관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아직도 환자는 위중한 상태”라며 “환자는 산소마스크를 쓰고 있으며 (과다수혈에 따른 부작용이 없는지 등) 경과에 대해 사흘 정도 관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정부 관계자가 전했다.
심씨는 이날 교회에서 주일학교 교사로 예배를 본 뒤 동포 자녀 4명, 다른 유학생 1명과 함께 노래방에 들렀다가 나오면서 변을 당했다. 목격자들은 흰 마스크를 쓴 범인이 목을 껴안아 장난인 줄 알았는데, 갑자기 목을 칼로 찌르고 달아났다고 전했다.
모스크바 경찰은 최근 같은 지역에서 키르기스스탄인 살해사건 등 유사 수법의 범죄가 잇따르고 있어 극우 인종주의자들(스킨헤드)의 범행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극우 인종주의자들이 통상 무리 지어 범행하는 반면에 이번엔 단독 범행이라는 차이점이 있다. 정부 당국자는 “정신착란자의 소행일 수도 있어, (스킨헤드에 의한 범행으로) 단정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15일 극동 알타이주 바르나울에선 현지 대학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한국인 대학생 강아무개(22)씨가 현지 청년 3명에게 흉기 등으로 집단폭행을 당해 숨진 바 있다.
러시아에선 2008년 118명, 2009년 71명이 외국인 혐오 범죄로 사망하는 등 옛소련 해체 이후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극우인종주의 폭력사건이 빈발하고 있다. 인종주의적 폭력은 초기엔 캅카스(코카서스) 지역의 중앙아시아인과 아프리카인, 유대인 등 소수민족이 주 범행 대상이었지만, 최근에 한국과 일본·중국 등 아시아계에 대한 공격으로 옮겨가고 있다.
김영선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이날 “일각에서는 인종혐오주의자들의 소행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그렇게 단정 짓기에는 조금 더 조사가 필요하다”며 “정부는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재훈 이제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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